나의 갤럭시 노트 뉴욕 유니온 스퀘어에서 맞는 아침. 갤럭시 노트 8이 덱스 위에 놓여 있다. 덱스가 뭔지 모르는 사람에겐 블루투스 스피커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알람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기기는 아니다. 다만 제시간에 침대에서 일어날 수만 있다면, 오늘의 곤란한 일은 딱 거기까지다. 뉴욕에서 이상적인 하루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여러 가지 계획이 어지럽게 머릿속에 있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글을 써야 할 땐 먼저 첫 문장을 쓰는 게 좋다. 침대에서 일어나 덱스 앞으로 갔다. 갤럭시 노트 8만 빼서 다시 누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갤럭시 노트 8은 스마트폰 이상以上이고, 오늘 하루 뉴욕에서 찾고 있는 건 이상理想이었다.
어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덱스를 TV에 연결해놓았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방인에게, TV 화면의 크기가 주는 안정감이 있었다. 덱스는 갤럭시 8과 함께 출시된 일종의 도킹 스테이션이다. 갤럭시 8 혹은 갤럭시 노트 8을 덱스에 꽂고 모니터와 연결하면 문자 그대로 데스크톱 PC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HDMI 단자와 손바닥만한 도킹 스테이션 하나로 충분한 일이다. 그날의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아침에 덱스를 켜고 구글 지도를 실행한 것이다. 스마트폰에서도 구글 지도를 볼 수 있지만, 다음 행선지 정도라면 모를까, 여러 여행 목적지의 순서와 동선을 가늠할 때도 정말 괜찮을까?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레코드 숍 중 하나인 아카데미 레코드와 뉴욕에서 가장 멋진 서점 스트란드 북 스토어가 지척이라는 걸 확인했다. 우연한 계기에 어느 정도 몸을 맡기면서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여행의 리듬이다. 이곳으로부터 어디로 향할지 결정해야 한다. 나머지는 아카데미 레코드를 중심으로 사방에 퍼져 있어 어디를 먼저 가든 애매하다. 이럴 땐 가장 먼 곳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갤럭시 노트 8도 가장 먼 곳으로부터 왔다.
지난해 9월 터진 갤럭시노트 7의 ‘그 사건’ 이후 처음이다. 삼성은 처음으로 돌아갔다. 지난 8월 23일 뉴욕 파크 애비뉴 애모리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노트 8 언팩 행사는 ‘Inspired by you’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했다. 일찍이 S펜의 가치를 알아봤던 오랜 사용자들, 그러나 지난해 크게 실망했던 사용자들의 메시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그날의 행사에 직접 초대해 무대에 올렸다. 단지 ‘이벤트’가 아니었다. 갤럭시 노트 8이라는 기기 자체가 그에 대한 직설적인 증명이다. 갤럭시 노트 8은 펜을 사용하는 방식, 그 오래도록 앞서 있었던 방식의 스마트폰이 바로 갤럭시 노트 8이라는 선언이자 어느덧 역사가 된 ‘디지털 노트 문화’에 대한 선포였다. 소나기도 예고되지 않은 화창한 날. 카메라도 지도도 노트도 볼펜도 보조 배터리도 챙기지 않고 길을 나섰다. 한 손엔 갤럭시 노트 8이 있었다.
갤럭시 노트 8과 덱스.
아카데미 레코드는 록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분야의 장르를 다루는 곳이다. 짧은 여행 기간 동안 한정 없이 레코드를 뒤지고 있을 수는 없고, 록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것만 두드러지는 취향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그동안 들르지 않았다. 사랑방처럼 모여서 음악에 대한 한담을 나누는 매장 내 풍경이 썩 마음에 들었다. 뭐든 인터넷에서 사는 게 더 쉽고 저렴하더라도 오프라인 스토어가 살아남아야 하는,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근거였다. 크게 록과 재즈, 클래식으로 나뉘어 있었고, 3달러 염가반과 라틴/레게/아프로 코너만 둘러봤다. 특정 장르가 강세인 레코드점에서 그 밖의 장르 코너를 유심히 보는 게 개인적인 접근 방식이다. 그 레코드점 주인은 대개 다른 장르를 홀대하거나 잘 모르고 그래서 싼법이니까. 재즈 드러머 타케시 이노마타의 < Get Happy >가 있었다. 시세를 확인해보고도 싶었고 살짝 들어보고도 싶었다. 갤럭시 노트 8이 나올 차례였다. 앱 페어는 함께 사용하는 두 개의 앱을 지정해놓으면 엣지 패널을 통해 불러와 한화면에서 두 개의 윈도우를 쓰는 기능이다. 이미 시험 삼아 유튜브와 웹브라우저를 지정해놓은 터라 곧바로 유튜브에서 몇 곡을 찾아서 들어보는 동시에 시세를 검색했다. 그렇게 이 레코드에 지불하는 15달러를 합당한 것으로 파악했다.
스트랜드 북 스토어는 초행이 아니어서 지도로 대충 위치만 확인하고 걸어갔다. 이스트 12번가 근처에서 조금 헤맸지만, 건물 전체를 천막으로 뒤덮고 공사 중이라 간판도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내 안도할 수 있었다. 매장 앞 도로를 점령한, 그 유명한 스트랜드 북 스토어의 1달러, 2달러 책 카트들이 눈에 띄었다. 스트랜드 북 스토어는 아마도 뉴욕 여행에서 가장 많이 사오는 기념품(토트백)으로 더 잘 알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중고, 신간뿐만 아니라 컬렉터스 아이템을 아우르는 방대한 양의 책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데다 큐레이션 또한 뛰어나서 ‘기념품 숍’으로 치부하는 건 꽤 실례다. 이미 저렴한 가격이기에 따로 가격을 검색할 일은 없었다. 여기에서는 시간을 늦추려는 듯이 음악을 켰다. 갤럭시 노트 8은 32bit 384kHz와 DSD128 포맷을 지원한다. 당연하게도 이어폰 단자가 있고, 번들 이어폰은 AKG의 것이다. 고해상도 음원 플레이어 부럽지 않게 음악 감상을 하면서, “카테고리화하기엔 너무 쿨한’ 사진집 코너”, “꿈의 도서관은 단 한 권에서 시작한다”고 적힌 컬렉터스 아이템 코너,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화집 아래 “만약 리지아 클락을 좋아한다면”, “이후 당신이 읽어야 하는 것은 시그마폴케”라고 적힌 코너를 지나치며 어떻게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휘트니 뮤지엄에서 열리는 엘리오 오이티시카의 전시만 아니었다면 좀 더 머물렀을 것이다.
휘트니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첼시 마켓과 하이 라인을 통과하는 매우 정석적인 코스를 택했다. 첼시 마켓은 통로로만 이용했고 하이 라인은 처음이었다. 서울로 7017이 모델로 삼은 곳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를테면 “이 지점부터는 나체 일광욕자들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라는 간판은 서울로 7017에 없다. 뉴욕 어느 곳에서보다 하늘을 더 많이 감상하면서, 관광객과 나체 일광욕자들을 지나 벤치에 잠깐 앉았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이었음에도 크기 6.3인치, 해상도 2960×1440, 화소밀도 521 ppi, 비율 18.5:9의 슈퍼 아몰레드 인티니트 디스플레이는 변함 없이 선명하고 시원한 시야를 제공했다. 첼시 마켓까지 택시를 타고 왔고 딱히 지친 상태는 아니었다. 문득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선미 신곡 들어봤냐?”라는 문자를 받은 터였다. 하이 라인의 벤치에 앉아 선미의 ‘가시나’ 뮤직비디오를 봤다.
하이 라인의 마지막에 만나는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지난 7월 14일부터 엘리오 오이티시카의 회고전 < To Organize Delirium >이 열리고 있다. 삶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예술을 주장했던 그가 남긴 드로잉,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품이 놓인 전시장은 놀이터에 가까웠다. 해먹에 누워 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거나 작품 속 공간에서 모래와 물을 밟으며 걷거나 전시된 옷을 입고 또 하나의 축제를 벌이거나. 1970년대 브라질의 사회문화 운동 ‘Tropicalia’의 기원이 된 그의 작업은 원초적이면서도 조형적이고 쾌락적이면서도 실천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신선했다. 미술관에서 지켜야 할 매너로서 전시 사진은 딱 한 장만 찍었지만, 기록해두고 싶은 것은 좀 있었다. 예컨대 ‘Suprasensorial’, ‘Creleisure’ 같은 단어. 갤럭시 노트 8의 S펜은 번역기이기도 하다. 39개 언어를 인식해 71개 언어로 번역하며, 환율, 단위 변환, 길이, 무게 정보도 변환할 수 있다. S펜으로 찾아봤지만 사전에 없는 단어였다. 좀 더 설명을 읽어 내려가니 이것은 엘리오 오이티시카가 창의성을 정의하면서 만든 조어였다. 각각 ‘내면의 자유를 이끄는 뭔가’, ‘창의성에 필수적인 여가’를 나타낸다. 갤럭시 노트 8을 꺼내 메모했다. 갤럭시 노트 8은 꺼진 화면 메모 기능을 제공한다. 그저 S펜을 가까이 대기만 하면 쓸 수 있기에 문득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든 급박하게 메모를 남겨야 하는 상황이든 문제없다. 절대 외웠을 리 없는 저 철자는 지금 갤럭시 노트 8의 메모를 보면서 옮겨 적은 것이다.
웨스트 38번가에서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CFDA(미국 패션디자인 협회)에서 3년에 한 번, 10팀을 후원하는 CFDA 패션 인큐베이터 프로젝트에 선정된 친구 팀의 작업실이 거기 있었다. 남동생 댄과 그가 함께 꾸려가고 있는 브랜드 하베스트Haerfest는 지극히 간결한 남성용 백팩으로 처음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여성용 파우치와 크로스백, 백팩, 토트백에 이르는 영역까지 전개 중이다. 하베스트의 지향은 ‘모던 프로페셔널을 위한 백’이다. ‘수확’이라는 브랜드명에걸맞게 농부처럼 사랑과 주의를 기울여 제품을 만들고, 꼭 그들과 같은 사람들이 사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그에게 갤럭시 노트 8의 펜으로 뭐든 써달라고 했다. 항상 펜으로 스케치하는 사람에게 갤럭시 노트 8의 필기감은 어떨까. 그는 말끔한 스케치를 만들더니 현장감도 없고 매력도 없다며 몇 번을 대충 흘겨서 다시 썼다. 갤럭시 노트 8에서 S펜은 펜팁 지름 0.7밀리미터, 필압 4096 단계의 정교한 필기구로 진화했다. 너무 잘 쓰여 일부러 막 써야하는 펜이라니. 갤럭시 노트 8과 마찬가지로 IP68 등급의 방수, 방진도 지원한다. 만족스럽게 불완전한 스케치를 마친 그가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물었다. 뉴욕의 스카이라인 중 어디를 가장 좋아하는지 되물었다. 우리는 퍼블릭 호텔의 루프톱 바로 향했다.
갤럭시 노트 8의 셔터를 정신없이 눌러댔다. 퍼블릭 호텔의 17층 루프탑 바는 이른 시간(오후 다섯 시)부터 손님이 가득했다. 하지만 맥주를 주문하고 자리를 찾기는커녕 전 방향으로 트인 전망에 시선을 빼앗겼다. 갤럭시 노트 8은 갤럭시 스마트폰 최초로 후면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다. 공히 광학식 손 떨림 보정 기능도 적용했다. F1.7 렌즈의 광각 카메라, F2.4 렌즈의 망원 카메라와 1200만 화소의 듀얼픽셀 이미지 센서가 만들어내는 사진은 이와 같은 스카이라인 사진에서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살리기에 제격이었다. 화각은 대담했고 세부는 생생했다. 무엇보다 이 광활한 영역을 피사체로 삼는데도 AF는 빠르고도 정확했다. 루프톱 바를 내려오면서 보니 스카이라인만 1백 장 넘게 찍은 듯했다. 그러니까 이건 사진을 찍었다기보다 마치 계속해서 이기기만 하니까 손에서 뗄 수 없는 게임을 한 것에 가까웠달까. 두 사람이 추천해준 저크 치킨 가게(릴리스 저크 쉑)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제는 먼 길을 떠나야 했다. 이곳으로부터 약 50 킬로미터 떨어진 캐피톨 극장에서 할 일이 있었다.
포토 체스터 캐피톨 극장에서 열린 벤 하퍼 앤 더 이노센트 크리미널스의 공연.
공연만큼 여행지에서 즐기기에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것도 없다. 그래서, 딱히 서울에서는 열성적으로 라이브를 보러 다니는 편도 아니지만 여행 목적지의 공연 정보는 챙긴다. 개인적으로 오늘 뉴욕에서 열리는 공연 중 볼 만하다고 생각한 건 그리즐리 베어와 벤 하퍼 앤 더 이노센트 크리미널스(이하 벤하퍼)다. 그리즐리 베어는 ‘힙’하지만 새 앨범을 포함해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좋은 앨범을 낸 적이 없고, 벤 하퍼는 2003년 이후 전혀 듣지 않았으며 이제는 배 나온 아저씨들이나 들을 법한 음악이지만 여전히 궁금했다. 더구나 캐피톨 극장은 제리 가르시아(그레이트풀 데드)의 생가 같은 곳 아닌가. “음악을 꾸며주는 부드러운 무대, 좋은 조명이 잘 세팅된 곳은 이 나라에 딱 두 군데밖에 없지. 필모어와 캐피톨 극장”이라고 그는 말했다. 캐피톨 극장과 벤 하퍼를 볼 수 있는 곳, 또한 갤럭시 노트 8의 저조도 상황에서의 AF 속도, 색재현력, 줌 기능을 시험해보기 좋은 곳, 캐피톨 극장이 있는 포트 체스터로 향했다.
2층 좌석을 예약해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좌석이었으나 족히 50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였다. 하지만 듀얼 카메라는 저조도 촬영에서도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무대 조명은 시시각각 바뀌기에 정확하고도 빠른 초점이 필수인데 딱히 어려움 없이 정확한 동영상과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스포츠나 공연 관람시에 가장 많이 쓰는 카메라의 줌 기능도 유감없이 활용했다. 갤럭시 노트 8의 듀얼 카메라는 광학 2배줌과 디지털 최대 10배줌을 지원한다. 이 공연 사진은 1층으로 내려가 무대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약 30미터 거리에서 디지털 5배줌으로 촬영한 결과다. 디지털 콤팩트 카메라로 찍어도 딱히 좋은 사진을 얻기는 어려운 거리이자 저조도, 조명 난반사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연자들의 얼굴이 뚜렷이 보일 만큼 준수한 초점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벤 하퍼의 공연은, 왜 오래된 것, 역사적인 맥락 속에 있는 것이 좋은지를 실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여러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은 있지만 그 경험을 그럴듯하게 표현하는 것이 부질없으며, 대리 체험보다는 차라리 경험 자체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갤럭시 노트 8이 재밌는 것은 ‘나만의 것’이라는, 사용자 개개인의 내밀한 애착을 파고든 제품이라는 점이다. 그간 사람들이 아는 삼성의 제품은 대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있었지만 경험의 성질은 근본적으로 누군가와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펜은 필적이라는 개인성을 지문처럼 남기는 물건이고, 갤럭시 노트 8의 이 엄청난 고사양은 이전과 달리 경쟁사나 스마트폰이 아닌 개인, 그 개인이 펼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는 듯했다. ‘신제품 갤럭시 노트 8’이 아닌 ‘나의 갤럭시 노트 8’이 탄생했다. 서울에 온지 3주가 지났지만 아직 갤럭시 노트 8을 쓰고 있다.
2017 GALAXY NOTE 8 UNPACK EVENT‘Do Bigger Things.’ 갤럭시 노트 8 언팩 행사 초대장에 적힌 문구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크기가 아니었다. ‘갤럭시 노트 7 이후’의 ‘큰 그림’이었다. 행사 시작은 11시,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도 입장 줄이 건물 사방을 휘감았다.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 모인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 1500여 명이 갤럭시노트 8을 주목하는 시간이었다. 무대의 3면을 활용한 압도적인 영상에 이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고동진이 등장해 ‘Inspired by you’라는 문구에 대해 설명했다. ‘Created for you’라는 문구가 이어졌다. 갤럭시 노트 8의 큰 그림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메시지’가 드러났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무 저스틴 데니슨은 갤럭시노트 8의 디자인과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미국법인 디렉터 수잔 드 실바는 갤럭시 노트8의 카메라와 S펜, 라이브 메시지, 라이브 포커스를, 역시나 미국법인 디렉터 조나단 웡은 개선된 소프트웨어와 함께하는 덱스, 빅스비를 소개하고 직접 시연했다. 저스틴 데니슨 상무가 다시 무대에 올라 갤럭시 노트 8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는데, 본체와 S펜의 방수, 생체 인식 보안과 무선 충전 등 갤럭시에 이전부터 갖춰져 있던 여러 기능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새삼 몇 보 앞서 있었던 삼성의 기술력을 실감했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갤럭시노트의 사용자를 초대해 무대에 올리고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드는 장면이었다. 2017 갤럭시노트 8 언팩 행사는 사용자로 시작해서 사용자로 끝나는 행사였달까. 행사가 끝나자 체험 및 시연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3면의 무대 위로 그려졌다. 에디터는 갤럭시노트 8의 첫 번째 ‘사용자’가 되었다
코나와 티볼리가 듀스에 듀스를 거듭하며 소형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골라도 수긍이 갈 만큼 바라보는 관점은 천차만별. 5대 모두 타봤다는 자동차 에디터에게 앞뒤 없이 물었다. 내 돈 주고 산다면, 어떤 차를 택하겠는지.
현대 코나 동급에서 눈에 띄게 훌륭한 주행 감각 덕분에, 그간 내 선택은 트랙스’였’다. 코나와 스토닉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대기아가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두 자동차의 완성도는 꽤 높았다. 활기찬 몸놀림과 넉넉한 실내 공간은 물론 요즘 소비자가 선호하는 각종 편의 장비를 고루 갖춘 패키징까지. 라이벌인 티볼리보다 못한 점을 찾는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둘 중 내 눈에 더 들어온 건 시원시원하게 돌아가는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은 코나. 5대 중 가격이 좀 세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가솔린 모던 트림에 하이패스와 내비게이션, 운전자 보조 장비로 이루어진 스마트 센스 옵션을 넣으면 2천2백95만원이다. 이 정도면 꽤 합리적인 가격 아닌가? 이세환(<카매거진 코리아> 에디터)
현대 코나SUV는 무조건 크면 장땡일 것 같지만, 이삿짐센터가 아닌 이상 매일 커다란 빈 수레를 몰고 다닐 필요 있을까? 쓸데없이 넓은 공간은 오히려 낭비일뿐더러, 큰 덩치는 운전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렇다고 SUV가 너무
작으면 천성을 무시한 이단아로 여기저기서 조롱할 게 분명하다. 독특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코나가 이런 고민을 끝낼 답이다. 땅딸막해도 어디서도 쉽게 기죽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체형, 대형 SUV 부럽지 않게 빵빵한 첨단 주행 보조 장치는 작아도 초콜릿 잔뜩 박힌 쿠키처럼 만족감이 진하다. 가벼운 몸을 한껏 민첩하게 놀릴 최고출력 177마력의 가솔린 모델은 경운기처럼 굼뜬 차와는 영 궁합이 맞지 않는 나를 위한 선택이다. 박지웅 (<모터매거진> 에디터)
쉐보레 트랙스 작으니까 감수해야 할 게 많다고 한다. 왜? 거구의 몸에 소심한 엔진을 달았거나, 만취한 것처럼 시종일관 비틀거리며 덩칫값 못 하는 차도 얼마나 많은데. 소형 SUV도 충분히 든든하고 탄탄한 섀시로 만들 수 있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부터 터져 오르는 디젤 특유의 강렬한 토크감도 당연히 맛볼 수 있고. 소형 SUV라면 그게 더 어울린다.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생생한 피드백도 누려보고 싶다. 먹먹한 운전대는 딱 질색이다. 차가 아담한 만큼 양심 있게 연비도 높아야 하고, 바라는 김에 좁지 않은 실내 공간도 좀 챙겨야겠다. 깊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1.6리터 디젤 엔진을 심은 쉐보레 트랙스다. 소형 SUV라고 해서 전부 포기할 필요는 없다. 고정식(<에보 코리아> 에디터)
쌍용 티볼리‘나’를 위한 차라면 동급 최강 마력의 코나를 고려했을 거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었다면, 슬슬 ‘우리’를 위한 차를 고려해야 할 나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5대 중 모든 좌석에 열선 시트를 갖추고, 아주 조금이지만 2열 시트를 뒤로 젖힐 수 있는 차는 티볼리가 유일하다. 옵션 차림표도 참 입맛 다시게끔 만들었다. 하위 트림에서도 20만원만 보태면 운전석 무릎 에어백이 달린다. 디젤이든 가솔린이든 사륜구동 시스템을 더할 수도 있다. 코나는 가솔린 모델만 선택할 수 있고, 나머지 3대에겐 기회조차 없는데. 티볼리의 변속기는 디젤 엔진과 만나야 긴장하지 않고 실력을 발휘한다. 네 바퀴를 굴리는 티볼리 디젤. 다른 차보다 푸짐하게 차린 것 같아 외면하기 어려운 구성이다. 에디터 / 이재현
르노삼성 QM3 솔직히 소형 SUV를 타면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따지는 사람이 있을까? 이 급의 차는 그저 적당한 실용성에 앙증맞은 디자인, 그리고 뛰어난 연비를 미덕으로 삼고 타는 차다. 르노삼성의 QM3는 5대의 SUV 중에서 그 요소들을 가장 잘 버무렸다. 최근에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어린이처럼 귀엽기만 했던 외모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성숙해졌다. ‘C’자형 주간주행등은 이제 르노삼성의 떳떳한 주니어가 되었다는 성장의 증명.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산뜻한 색상이 많아 고민하는 재미가 있고, 좌우로 물 흐르듯 켜지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은 기존 소형 SUV에선 쉽게 볼 수 없던 섬세한 눈빛이다. 안정환(<오토카 코리아> 에디터)
르노삼성 QM3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점점 차가운 기계에게서 따뜻한 감성을 바라는 것 같다. 로봇 강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럿일 테지만, 다정하고 귀여운 친구가 되는 게 가장 큰 역할인 것처럼. QM3는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SUV의 투박한 디자인을 벗어나 오동통한 너구리처럼 귀엽다. 근심 가득한 얼굴을 하거나, 작아 보이지 않으려고 어색한 기교를 부린 흔적도 없다. 쌍꺼풀도 모자라 ‘세쌍꺼풀’이 된 테일램프는 뒤따라오는 차에게도 사랑스러운 추파를 남긴다. 자유분방한 프랑스 스타일을 배워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를 태블릿 PC로 대체한 인테리어도 기발하고, 엉성하고 불안정하게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비율 역시 만족스럽다. 어차피 자기만족이 목적이라면 디자인과 감성은 자동차를 선택하는 좋은 기준이다. 손권율(<모터매거진> 에디터)
기아 스토닉 스토닉은 과장되지 않은 은근한 맛이 있다. 사근사근한 생김새에 깃든 나긋나긋한 품성, 부담 없는 가격으로 누리는 아쉬움 없는 구성, 보편타당한 달리기 실력과 비교우위의 연료 효율성에 이르기까지. 소형차와 준중형차 구매층을 납득시킬 가치와 특질을 한껏 아우르면서도 좀처럼 유난 떠는 법이 없다. 화려한 향신료 없이 정갈한 꾸밈새와 정교한 만듦새로 이끌어내는 깊은 풍미도 신인답지 않게 노련한 재주. 태생이 차세대 프라이드(코드명 YB)의 크로스오버 버전인지라 구색은 대략 프라이드 반 양념 반. 신선한 재료에 SUV 특유의 알싸함이 어우러져 감칠맛이 그만이다. 김성래(<자동차생활)> 에디터)
기아 스토닉 국산 소형 SUV 5대 중 스토닉을 꼽은 이유는 간단하다. 디자인 때문이다. 어차피 소형 SUV는 SUV다운 강력한 힘이나 험로 주파, 넉넉한 공간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점점 요란해지는 디자인도 감흥이 없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스토닉의 꾸밈없고 매끈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신형 프라이드에서 지상고를 높인 것 같은 크로스오버 스타일도 나머지 4대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스토닉만의 매력이다. 디자인이 너무 밋밋하고 실내 내장재가 싸 보인다는 평가가 있지만, 저렴한 가격과 해치백에 가까운 주행 성능이 모든 것을 만회하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판매량이 많지 않다. 연말에 가솔린 모델이 출시되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까? 김준혁(<탑기어 코리아> 에디터)
수백 대의 포르쉐가 모여드는 행사가 있다. 그냥 포르쉐가 아니다. 포르쉐의 엔진이 수랭식으로 바뀌기 전에 만든, 공랭식 엔진을 탑재한 진짜 빈티지 포르쉐다.
루프트게퀼트는 포르쉐 애호가들이 매년 캘리포니아 샌피드로에서 여는 모임이다. 포르쉐는 1998년에 911 모델의 엔진을 공랭식에서 수랭식으로 바꿨다. 당시의 포르쉐 애호가들은 이 변화를 두고 밥 딜런이 전기차를 타는 것처럼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그들은 새로운 포르쉐를 구입하는 대신 빈티지 포르쉐를 가지고 루프트게퀼트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1. 1968년형 포르쉐 911 : 아름다운 색감의 초록색 포르쉐. 포르쉐는 자동차 트렁크에 브랜드 이름을 새겨 넣고도 쿨해 보이는 유일한 브랜드일 거다.
2. 포르쉐 356 스피드스터 : 스피드스터의 앞 유리는 탈착 가능하다. 이 차를 타고 캘리포니아를 질주하면, 상쾌한 공기를 즐기는 동시에 앞니에 벌레가 낄 수도 있다.
3. 포르쉐 911 카레라 RS : 카레라 RS의 라이트 웨이트 초기 버전은 현재 중고 시장에서 약 12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4. 포르쉐 356s : 포르쉐 빈티지 마니아들의 모임에 이 차가 빠질 리 없다.
5. 포르쉐 911 터보 3.0 : 포르쉐는 1975년에 처음으로 터보 차저 엔진을 장착한 911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고래 꼬리 모양의 테일 스포일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6. 포르쉐 912 : 912라는 숫자가 생소하다고? 포르쉐는 911을 출시하고, 2년 뒤인 1965년에 912를 공개했다. 912는 911에 비해 조금 더 가볍다. 그리고 힘은 90마력 정도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포르쉐 912는 루프트게퀼트에서 선보인 빈티지 자동차 중에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7. 포르쉐 356 : 356의 보디와 범퍼에 쓰인 컬러는 시대를 앞서 나갔다.
8. 1966년형 포르쉐 906 카레라 : 906 카레라 시리즈는 합법적으로 탈 수 있는 마지막 길거리 경주용 자동차다. 가격은 약 24억 원으로 만만치 않다.
9. 포르쉐 911 와이드 보디 : 어떻게 하면 포르쉐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을까? 차체를 넓게 만들고, 거대한 스포일러를 달면 경주를 하다가 뒷부분이 공중에 뜰 일은 없을 거다.
10. 1967년형 포르쉐 911R : R은 레이싱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1967년식 911R은 911 역사상 가장 가벼운 자동차다. 포르쉐는 이 모델의 프로토 타입 4대를 만들고, 판매용으로 20대를 더 만들었지만 그 이후 생산을 중단했다.
11. 포르쉐 911S와 포르쉐 917 : 911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917은 1970년대 ‘르망 24 레이스’를 제패한 레이싱카의 최고봉이다. 최대 630마력을 뿜어내는 이 자동차는 엑셀을 밟자마자 엄청난 속력을 뽐낸다.
12. 1973년형 포르쉐 917-30 : 샹들리에와 클래식의 만남.
13. 포르쉐 914-6 GT : 포르쉐 914 시리즈 중 가장 사랑 받지 못한 모델이다. 1969년부터 1976년까지 포르쉐와 폭스바겐이 합작해서 만든 이 자동차는 엔진이 차체의 중간 부분에 있다. 그리고 지붕은 분리 가능하다.
14.포르쉐 912 타운에 온 것을 환영한다
15. 1985년형 포르쉐 959 : 포르쉐 959에 대해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까? 이 자동차는 양산형 모델 중 처음으로 전류구동 기술이 도입된 전설적인 슈퍼카다. 포르쉐 959는 1985년에 베르사유부터 세네갈까지 이어지는 파리 다카르 랠리에 출전했다.
16. 1979년형 포르쉐 935 K3 : 이 스포츠카는 800마력의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는 차다. 언제 어디서든 달리는 재미를 보장할 거다.
디자인도, 성능도, 볼보가 지금처럼 새로웠던 적은 없었다. 점점 후끈해지는 볼보 라인업의 4번 타자는 XC60이다.
시작은 XC90이었다. 애증과도 같았던 단어 ‘안전’만 꽤 오랫동안 떠올랐던 볼보였기 때문에, 커다란 차체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손길이 닿은 흔적이 선명한 XC90은 조금 의외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완성도 높은 세단 S90과 크로스컨트리로 곧장 휘모리장단을 몰아쳤다. 다음 타자는 XC60. 유럽 프리미엄 중형 SUV 시장을 휩쓴 XC60의 2세대 모델이다.
현미경 같은 시력으로 구석구석 살피기도 전에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비율의 아름다움이다. 이전 세대보다 길이와 너비는 늘리되 높이는 낮춰 실루엣이 대패날처럼 날렵하다. 길쭉한 보닛과 휠베이스, 단칼에 썩둑 끊어낸 듯한 리어 오버행의 비례는 멈춰 있어도 속도감으로 움찔거린다.
볼보의 새로운 라인업답게 센터페시아의 버튼을 최소화하고 9인치 터치식 디스플레이로 각종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물론 자주 손대는 기능은 여전히 버튼식이 더 편하다.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려야 하나, 싶다가도 여백을 추구하는 볼보의 디자인 철학을 생각하면 이내 수긍이 간다. 루지 선수처럼 바짝 누운 윈드 실드는 자칫하면 실내가 좁아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대시보드는 평탄하게 디자인했다. 굴곡이 없어 내부가 평야처럼 넓어 보인다. 또한 대시보드 하단을 휘감는 목재의 결은 전방을 향한다. 나무 하나로 인테리어에 원근감을 낸 묘수 중의 묘수.
현재 국내에 출시된 XC60은 2.0리터 가솔린과 2.0리터 디젤 모델이다. 주력 상품은 디젤을 얹은 D4. 최고출력은 190마력이고, 최대토크는 40.8kg.m다. 묵직한 토크 덕분에 초반부터 속도가 달아오른다.
XC60 D4의 엔진은 유령 디젤이라 해도 될 정도로 조용하다. 엔진을 만드는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푹신한 우레탄으로 엔진을 덮어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꽁꽁 싸맸기 때문이다. 서스펜션 세팅은 한 체급 위 SUV인 XC90과 확연히 다르다. 푹신하기보다는 팽팽하게 긴장한 허벅지처럼 단단하게 상체를 지지한다. 역동적인 운전을 즐기는 사람에게 구애할 심산이다.
볼보가 요즘 퍼포먼스를 강조한다고 해서 안전을 잊은 것은 아니다. 새 여자를 만난다고 전 여자의 전화번호를 잊지는 않는 것처럼. XC60에는 더욱 진보한 볼보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실렸다. 예를 들어 차로를 바꾸려는 데 뒤에서 미처 보지 못한 차가 같은 차로로 넘어오려 하면 경고음만 내는 것이 아니라 차로 변경을 막는다. 또한 다른 차가 갑자기 앞을 막거나 야생동물이 뛰어들면 속도를 줄이면서 스티어링 휠을 돌려 충돌을 피한다. 차가 자동으로 멈추기만 하던 이전보다 진화한 방식이다. 운전이 과격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반복되면 운전자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계기판에 “시티세이프티가 개입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운다. 그러고는 반자율 주행 시스템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운전을 보조해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게 한다.
볼보의 신차가 나올 때마다 어떻게 볼보 스타일을 고수했을지, 어떤 기능을 새로 담았을지 궁금해진다. 요즘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가장 도드라지는 이름 볼보. XC60은 그 최신작이다.
크기 ― L4690 × W1900 × H1660mm 휠베이스 ― 2865mm 무게 ― 1880kg 엔진형식 ― 직렬 4기통 디젤 배기량 ― 1969cc 변속기 ― 8단 자동 서스펜션 ― (앞)더블위시본, (뒤)리프스프링 타이어 ― 모두 235/55 R 19 구동방식 ― AWD 0→100km/h ― 8.4초 최고출력 ― 190마력 최대토크 ― 40.8kg·m 복합연비 ― 13.3km/l CO₂ 배출량 ― 144g/km 가격 ― 6천7백40만원
뉴욕 베드퍼드 힐스에 있는 랄프 로렌의 자동차 창고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샴페인 잔을 내려놓고 사진기를 꺼내느라 바빴다. 운전면허가 없는 패션 컬럼니스트, 드레스를 입은 스피드광 영화배우, 크고 낡은 차를 좋아하는 점잖은 패션 디자이너, 이미 아주 비싼 차가 있는 중국의 VIP 고객. 모두 마찬가지였다. 페라리, 애스턴 마틴, 부가티, 알파 로메오, 맥라렌, 포르셰…. 세상에서 가장 호사롭고 진귀한 자동차들이 창고를 꽉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주인은 랄프 로렌 한 사람. 그는 1980년대에 구입한 메르세데스 걸윙을 시작으로 80여 대의 자동차를 수집했다. 랄프 로렌이 이 먼 곳까지 사람들을 초대한 이유도 늘 영감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자동차와 함께 2017년 가을 겨울 컬렉션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수공으로 만든 클래식 자동차와 랄프 로렌의 아메리칸 클래식이 얼마나 닮았는지 증거를 제시하는 식이었다. 처음으로 남성복과 여성복을 함께 준비한 랄프 로렌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그답게 풀어냈다. 미묘한 차이로 다른 체크무늬 옷을 겹쳐 입은 남녀 모델들은 회색 포르쉐 550 스파이더에서 막 내린 커플 같았고, 50년대 가죽 바이커 재킷 커플은 페라리 375 플러스 카시트가 제자리인 듯했다. 그리고 랄프 로렌의 시그니처인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의 턱시도와 드레스들은 세상에 단 한 대뿐인 메르세데스 벤츠 카운트 트로시 SSK나 클래식 자동차의 역사라 불리는 부가티 57 SC 애틀란틱과 꼭 닮아 있었다. 패션쇼가 끝나고 랄프 로렌은 점프 수트 차림으로 캣워크를 천천히 걸어 나왔다. 자전거 한 대 갖는 게 꿈이었던 아이가 패션 제국의 거인으로 자랐으니,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기꺼이 기립 박수를 쳤다. 모든 게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고집하며, 좋아하는 일에 몰두한 결과였으므로.
지난 10월 15일, 일요일 아침부터 성북동 ‘곰의 집’에 차가 모여들었다. 만화적인 배기음을 울리며 등장한 차는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 빈 디젤보다 더 주인공 같았던 닷지 차저 SRT, 포르쉐 911, 페라리 488 GTB 등 다양했다. 가격이나 장르를 떠나 ‘이름값’ 하는 모델들이 모인 이곳은 2017 선덕원 콩쿠르 델레강스 CONCOURS d’ELEGANCE 현장이었다.
프랑스어로 ‘우아함의 경연’이라는 뜻의 콩쿠르 델레강스는 대게 슈퍼카나 클래식카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행사를 뜻한다. 관리 상태가 어떤지, 교체한 부품은 순정품인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여 부문별로 나눠 차를 선정한다. 세계 몇몇 도시에서 개최되는데,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열리는 페블 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의 명성이 특히 높다. 자동차 브랜드도 종종 참여해 신모델이나 각종 콘셉트카를 선보이는 덕분에 볼거리가 모터쇼 부럽지 않게 많다.
하지만 서울에서 열리는 콩쿠르 델레강스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행사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 전액을 여성 청소년 보육 시설인 선덕원에 기부하는 것이다. 니콜라스 박 변호사는 국내에 흔치 않은 클래식카 및 슈퍼카가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하는 한편, 선덕원의 청소년의 후원금을 조성하고자 지난 2008년 ‘선덕원 콩쿠르 델레강스’를 설립했다. 수익금은 차 한 대당 8만5천 원의 참가 비용과 단체 및 개인 자격으로 쾌척하는 기부금으로 조성된다. 평균적으로 약 2억 원이 모이고, 이는 훗날 시설을 떠날 청소년의 자립 비용과 대학 등록금으로 사용된다. 자동차를 통해 자선 활동을 하겠다는 니콜라스 박 변호사의 뜻에 공감한 이들이 함께 했고 올해는 약 50대의 차가 참가할 만큼 커다란 행사로 거듭났다.
행사 시작은 선덕원 청소년들이 합창으로 알렸다. 주최자인 니콜라스 박 변호사의 감사 인사와 기부금 전달식이 끝나자 본격적인 자동차 관람이 시작되었다. 올해 시상할 부문은 총 6가지. 최고의 SUV와 세단, 스포츠카, 컨버터블을 뽑는 부문과 가장 인기가 많은 차, 그리고 대상작을 선정한다. 행사가 열린 ‘곰의 집’의 넓은 부지를 이용해 부문별로 나눠 전시했다. 특히 한 구역은 지난해 수상차였던 수제 슈퍼카 드마크로스 에픽 GT1과 페라리 테스타로사(1984), 쉐보레 콜벳 1세대(C1)을 위한 공간으로 할애했다. 하이퍼카 포르쉐 918 스파이더와 독일에 있는 포르쉐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카레라 RS(964)도 그 곁에 섰다. 페라리 458 스페치알레, F430 스쿠데리아는 레드 카펫 앞에서 당당히 관람객을 맞이했고, 당장이라도 제임스 본드가 내릴 것 같은 애스턴마틴 뱅퀴시도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었다.
참가자들은 오후가 되어서도 삼삼오오 모여 자동차 관리와 성능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선덕원 청소년들도 행사에 참가한 브랜드와 주최측이 마련한 이벤트를 즐기며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3년 전부터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는 한 참석자는 “자동차가 단순히 과시의 수단이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보람찬 행사”라고 말했다. 이처럼 뜨끈한 마음으로 모여서일까? 자동차 배기음보다 큰 소리로 들린 것은 참가자과 선덕원 청소년들의 웃음소리였다.
REPORT → 턴테이블이 고가인 건 쿼츠 시계보다 기계식 시계가 고가인 이유와 비슷하다. 동그란 12인치 PVC 위의 홈 정중앙을 따라, 약 3~5그램의 바늘이 끝까지 안정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려면 여간 섬세한 장비와 설정이 필요한 게 아니다. AT-LP60BT는 3.5mm 아날로그 출력 단자가 전부인, 톤암이나 카트리지 설정이 불가능한 최근의 일반적인 보급형(최저가 20만원대) 턴테이블이면서 그와 달리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다. 유명무실한 USB 녹음보다 유선 연결 자체가 드문 요즘의 음악 감상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내장 포노 앰프보다 설득력 있다. AT-LP60BT 역시 포노 앰프를 포함하고 이를 켜거나 끌 수 있지만 블루투스라는 ‘현대적인’ 옵션이 턴테이블 입문자에게는 훨씬 더 매력적일 것이다. COMMENT → 블루투스 페어링과 연결 상태는 블루투스 연결 버튼이자 LED 인디케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LED 점멸 패턴으로 구분한다.
신사동 가로수길을 걷다 보면 눈을 사로잡는 장소가 있다. 런던 쇼디치 거리의 풍경을 옮겨놓은 듯 이국적인 벽이다. 데미안 허스트, 뱅크시 등 영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활동한 런던 예술의 중심지 쇼디치 거리를 국내 아티스트들이 오마주한 것이다. 그 주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멋, 그리고 영국이다. 그렇다고 알록달록 예쁘게 꾸민 벽이 전부는 아니다. 바로 옆에 있는 건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볼거리가 펼쳐진다. 누구든지 들어가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브랜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한 재규어 랜드로버 스튜디오다. 1층에는 재규어의 스포츠카 F-타입과 레인지로버의 새로운 SUV 벨라를 전시해 직접 만져보고 살펴볼 수 있다.
어디서도 쉽게 구입할 수 없는 굿즈를 보고 싶다면 2층으로 향하면 된다.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다이캐스트부터 의류, 지갑, 키홀더 등 재규어 랜드로버의 공식 굿즈가 방문객을 기다린다. 특히 재규어 랜드로버의 오너라면 25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조용히 앉아 커피를 마시는 있는 공간도 있다. 벽면 곳곳에 영국의 자동차 역사를 이끌어온 재규어 랜드로버의 사진을 전시하는 작은 갤러리이자 카페다. 브리티시 스타일을 느껴보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영국차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 랜드로버를 통해 음미해보길 권한다. 다른 곳도 아닌 서울 한복판에서. 휴일 없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02-548-2017 강남구 압구정로 12길 33
올바른 명분과 선한 의도의 유쾌한 충돌, 한성자동차의 미술 장학 프로그램 ‘드림그림’. 예술적 재능으로 건설적인 꿈을 키워가는 어려운 형편의 초·중·고교 학생들을 응원하는 ‘드림그림’이 이번엔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 동안 한성자동차는, 2014년의 서울중앙시장 개선 프로젝트, 2015년의 구로 디지털단지 환경 개선 프로젝트, 2016년의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리모델링 프로젝트 등을 통해 MOU를 체결한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서울을 생기발랄하게 변모시켜왔다. 그리고 2017년 서울문화재단과의 네 번째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서울거리 예술축제에서 진행했다. ‘드림그림’ 학생들과 프랑스의 유명한 미술단체인 ‘그룹 랩스(Group Laps)가 함께 준비한 ‘키프레임(Keyframes)을 서울거리 예술축제(2017년 10월 5일 ~ 8일) 기간 동안 전시한 것.
인체의 다양한 움직임을 본 따 디자인된 설치 조형물 ‘키프레임’은, 세계적인 도시에서 전시된 바 있으며 서울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전시됐다. 이를 위해 ‘드림그림’ 학생들은 지난 8월 ‘그룹 랩스’와 함께 아트 워크샵을 진행하고 일상 속 에피소드들을 토대로 캐릭터의 기본 움직임을 구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구성한 후엔 ‘그룹 랩스’ 아티스트들이 동작의 재미와 예술성을 더해 작품을 완성했다.
이로써 80여 개의 인체를 형상화한 캐릭터가 모여 재치 넘치는 스토리를 풀어냈다. 즉, 달리기와 점프, 클래식 댄스, 빛의 판타지, 태권도 격투, 죽음의 무도, 펑키 댄스 등 6개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해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다. 더불어 각 움직임에 어울리는 사운드도 학생들이 직접 녹음해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한성자동차 대표 울프 아우스프룽과의 일문일답
Q 한성자동차가 서울거리예술축제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한성자동차의 ‘드림그림’은 2014년부터 서울문화재단(SFAC)과의 협업을 통해, 학생들의 재능을 사회에 돌려주는 긍정적인 순환을 도모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네 번째 협업으로, 학생들이 나눔에 대한 문화와 익숙해지고 해외 작가들과 새로운 경험을 쌓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Q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서울거리 예술축제에 드림그림 학생들이 참여하기 위해 어떤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었는가
A 그룹 랩스는 예술적, 기술적 노하우를 통해 영상, 조명, 멀티미디어 장비를 이용한 설치물로 예술적 제안을 발전시키는 아트 컴퍼니다. 한성자동차의 ‘드림그림’ 학생들은 이러한 그룹 랩스의 ‘키프레임’ 작가들과 함께한 아트 워크숍을 통해 움직임과 드로잉 교육을 받은 후 신체의 움직임을 표현한 미니어쳐 작품을 완성했다. 학생들이 만든 작품은 ‘키프레임’ 아티스트들을 통해 재구성되어 광화문 광장에 전시됐다. Q 한성자동차가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드림그림’ 학생들에게 재능을 통해 사회에 받은 것을 돌려줄 수 있는 의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서울문화재단과의 협업이 시작됐다. 낙후된 지역의 환경과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도구로 미술을 사용했고, 그 결과 ‘드림그림’ 학생들이 자신의 미술 재능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 나아가 학생들의 꿈에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폰의 경계. 문득 다른 사람들은 뭘 쓰는지 궁금해졌다. 10대부터 50대까지, 각 세대의 사람들에게 물었다. “아이폰 혹은 안드로이드 폰, 둘 중 당신은 어떤 걸 쓰나요”
– 10대 –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무엇인가?아이폰 6S. 나의 첫 스마트폰은?삼성 갤럭시 S2.왜 첫 스마트폰으로 그걸 골랐나?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부모님께서 사주셨다. 지금까지 아이폰을 사용한 총 기간은? 최근 1년 정도. 원래는 쭉 안드로이드 폰만 썼었다. 지금 아이폰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실용음악과 진학을 희망해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장비들이 대부분 애플이라 아이폰과의 작업 호환성이 좋다. 음악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안드로이드 폰에 비해 더 수준이 높고 다양하다. 안드로이드 폰을 쓰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맥북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PC에서도 맥에서도 다 호환이 잘 되지만, 거꾸로 안드로이드 폰은 맥 환경에서 제대로 쓰기가 어렵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폰으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면?망가졌을 때. 최근 아이폰 액정이 깨져서 수리를 맡기려고 서비스 센터를 찾아봤더니 공인된 센터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아이폰은 할부금이 비싸서 데이터를 많이 못 쓰게 된다. 지금스마트폰을 바꾼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나?아이폰 8. 계속 음악을 하고 맥을 쓸 예정이니까. 정진영 (19세 / 고등학생)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무엇인가?갤럭시 노트 4. 나의 첫 스마트폰은? 베가 X. 왜 첫 스마트폰으로 그걸 골랐나?이병헌이 등장하는 미래적인 분위기의 광고였는데, 스마트폰을 사고 싶을 만큼 광고가 멋있었다.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한 총 기간은? 첫 스마트폰을 샀던 2011년부터 지금까지. 지금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지금은 큰 화면의 스마트폰이 좀 많아졌지만, 이걸 샀을 때만 해도 갤럭시 노트만큼 화면이 큰 스마트폰이 별로 없었다. 계속 큰 스마트폰만 써서 그런지 큰 걸 찾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폰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 아이폰을 쓰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글씨체나 인터페이스를 예쁘게 꾸밀 수 없는 점. 그리고 런처 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는 점도 마음에 안 든다. 그래도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면?한번도 안 써봐서 호기심이 생기긴 한다. 무엇보다 카메라가 제일 탐난다. 셀카 같은 인물사진은 아이폰이 훨씬 더 잘 나오는 것 같다. 지금스마트폰을 바꾼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나? 갤럭시 노트 4를 3년 가까이 썼다. 수능만 끝나면 최신형으로 바꿀 예정이다. 갤럭시 노트 8이나 아이폰 8 중 하나로 바꿀 예정인데, 아직 결정은 못했다. 이혜민 (19세 / 고등학생)
– 20대 –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무엇인가?아이폰 6S 플러스. 나의 첫 스마트폰은?갤럭시 S2. 왜 첫 스마트폰으로 그걸 골랐나?가격 때문. 아이폰보다 좀 더 쌌다. 지금까지 아이폰을 사용한 총 기간은?약 6년 동안의 안드로이드 폰 생활을 거친 후 2015년부터 아이폰에 정착했다. 지금 아이폰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처음 만져 본 사람도 대번 쓸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그에 부합하는 외관의 디자인. 실제로 아이폰은, 사용해본 그 어떤 스마트폰보다 조작이 빠르고 간편했다. 무엇보다 되팔 때 가격이 별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안드로이드 폰을 쓰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인터페이스가 전반적으로 거추장스럽다. 쓸데없는 기본 앱이 너무 많아 사용이 번잡하고 뭔가 버벅거리는 느낌이다. PC처럼 사용할수록 시스템이 느려지는 것도 불만이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폰으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면? 업무상 스마트폰을 쓸 일이 많은데, 늘 들고 다녀야 하는 무거운 보조배터리를 보고 있으면 이따금 다시 안드로이드 폰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PC와 파일 호환성이 용이한 점도 그립다. 지금스마트폰을 바꾼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나?(만약 나온다면) 아이폰 9. 아이폰 X는 안정성이 좀 의심스럽다. 8은 별로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어쨌든 아이폰은 계속 쓸 거다. 김태윤 (29세 / 법무법인 ‘KL 파트너스’ 어시스턴트 매니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무엇인가?갤럭시 노트 3. 나의 첫 스마트폰은?뭣도 모르고 산 빨간 스마트폰. 어떤 브랜드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베가 X였던 것 같다. 왜 첫 스마트폰으로 그걸 골랐나?지금 이게 제일 좋다는 판매원의 말에 속아 구입했다.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한 총 기간은?2011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니까 총 7년인 셈이다. 지금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안드로이드 폰의 높은 개방성. 전공이 컴퓨터 공학이라 애플리케이션을 종종 만들곤 하는데 아이폰은 개발자 입장에서 여러모로 폐쇄성이 짙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많이 하는데, 게임 역시 안드로이드 폰 쪽이 훨씬 다양하다. 아이폰을 쓰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가격도 비싸고, 앱 개발, 파일 호환, 게임 등등의 모든 면이 폐쇄적이기 때문. 프로그램의 다양성도 안드로이드 쪽이 훨씬 높아서 좋다. 그리고 지금 안드로이드 폰을 쓰는 것에 별 아쉬움이 없다. 특별히 아이폰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면? 없다. 예전에는 부드럽고 깔끔한 인터페이스가 부러웠는데, 요즘 나오는 신형 안드로이드 폰들을 보면 크게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 역시 별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지금스마트폰을 바꾼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나?갤럭시 노트 8. 지금 쓰는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썼다. 조만간 바꾸려고 시세까지 알아봤다. 임동희 (26세 / 대학생, 컴퓨터공학 전공)
– 30대 –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무엇인가?아이폰 6S. 나의 첫 스마트폰은?아이폰 3GS. 왜 첫 스마트폰으로 그걸 골랐나? 당시에는 가장 진보적인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때는 별다른 대안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아이폰을 사용한 총 기간은?2009년부터 지금까지. 지금 아이폰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폰이 기능면에서 딱히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안드로이드 쪽이 더 나은 면도 많다. 다만, 금융과 관련된 보안 문제는 아이폰이 안드로이드 폰보다 더 안정적이다. 개발자의 앱 등록 절차가 애플 앱스토어 쪽이 훨씬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폰을 쓰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보안 문제에서 더 안정적인 아이폰을 선택했을 뿐이다. 다른 건 없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폰으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면?업무상의 이유로 개통을 하지 않고 안드로이드 폰을 자주 사용해본다. 수많은 앱이 안드로이드에서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저조도 사진과, 음질의 왜곡을 줄여주는 DAC 기능 탑재 등 최근 안드로이드 폰들이 아이폰보다 기능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종종 기기변경을 고민한다. 지금 스마트폰을 바꾼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나?그래도 아직은 아이폰 X다. 보안에 관련된 문제가 해결된다면 기기변경은 그때 고민하겠다. 양승철 (34세 / 프리랜스 포토그래퍼)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무엇인가?갤럭시 S8플러스. 나의 첫 스마트폰은? 갤럭시 S2. 왜 첫 스마트폰으로 그걸 골랐나?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국산 핸드폰이라서 골랐던 것 같다.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한 총 기간은?스마트폰을 처음 쓴 2011년부터 지금까지. 지금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내구성이다. 오랫동안 갤럭시를 써왔는데 아무리 떨어트려도 액정이 깨진 적이 없었다. 생활 방수 기능 역시 안드로이드 폰에서 먼저 지원했다. 그만큼 내구성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뜻처럼 보였다. 삼성 페이와 NFC 등의 스마트페이 시스템도 안드로이드 폰을 선호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사용하기 정말 편리하다.아이폰을 쓰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마찬가지로 내구성 문제다. 온전한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핸드폰을 떨구기 마련인데, 아이폰은 한 번 떨어뜨리면 대개 박살이 나고는 한다. 유튜브의 수많은 스마트폰 강성 비교 실험 영상을 보면 안드로이드 폰이 보통 더 튼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빠른 배터리 소모도 결정적인 단점이다. 그래도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면?갤럭시 S8의 음성 인식 AI인 빅스비와 대화할 때. 아이폰의 시리와 비교하자면 빅스비는 일단 반응이 느리고 대답도 형식적이다. 바꾸고 싶다기보다는 빅스비가 좀 더 개선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금 스마트폰을 바꾼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나? 앞으로 나올 최신형의 갤럭시. 당분간은 별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다. 지금 쓰는 스마트폰에 꽤 만족한다. 장동해 (31세 / ‘서양 네트웍스’ 의류 디자이너)
– 40대 –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무엇인가?아이폰 5 SE. 나의 첫 스마트폰은?아이폰 3GS. KT를 통해 처음 들어온 날 줄을 서서 샀다. 왜 첫 스마트폰으로 그걸 골랐나? 원래부터 아이팟을 비롯한 애플의 마니아였다. 아이팟 2세대 모델부터 아이팟 터치까지 꾸준히 아이팟을 모아왔고, 당시에는 아이팟 클래식과 터치를 함께 사용할 정도로 애플을 좋아했다. 아이폰을 쓰는 건 내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아이폰을 사용한 총 기간은?2009년부터 2017년까지. 지금 아이폰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애플과 아이폰에 대한 애정은 사실 예전 같지 않다. 몸에 배인 스마트폰 사용의 습관 때문에 쓰는 것 같다. 안드로이드 폰을 쓰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아이폰은 8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사용한 유일한 물건이다. 지금 갑자기 안드로이드 폰으로 바꾼다는 건 말도 잘 안 통하고 길도 모르는, 낯선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폰으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면?최신 안드로이드 폰을 만질 때마다. 최근 동료가 쓰는 갤럭시 노트 8을 여러 번 조작해봤는데, 아이폰을 쓰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디자인도 생각보다 꽤 준수했다. ‘이 정도면 갈아탈만한데?’라고 생각했다. 다시 이민에 비유하자면, 다른 나라라도 같은 민족권의 더 좋은 국가로 이민을 가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수많은 안드로이드 폰을 만져봤지만 처음 느끼는 경험이었다. 아이폰 마니아가 점차 나이가 들며 스마트폰을 갤럭시로 바꾸는 삼성의 광고가 조금은 공감이 된다. 한때 밤새워 애플 신제품 발표 키노트를 챙겨 보던 예전과는 너무도 달라졌다. 지금 스마트폰을 바꾼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나? 그래도 아직까지는 아이폰 X다. 수년간의 습관을 하루 아침에 떨쳐 버릴 용기가 아직은 없다. 도전이 점점 두려워지는 나이다.강혁 (40세 / ‘쌍용자동차’ 전문 통번역사)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무엇인가? 갤럭시S8. 나의 첫 스마트폰은? 아이폰 3GS. 왜 첫 스마트폰으로 그걸 골랐나? 소위 말하는 애플만의 ‘감성’ 때문에.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그려져 있는 건 무엇이든 갖고 싶었던 때였다.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한 총 기간은?안드로이드 폰과 아이폰을 계속 번갈아 가면서 사용했는데 최근 4년간은 안드로이드 폰만 썼다. 지금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편의성 때문이다. 업무 때문에 처음 안드로이드 폰을 쓰기 시작했는데, 시스템의 세부를 일일이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가령, 티비 채널마다 각각 볼륨을 다르게 지정할 수 있는 식이다. 이런 세부적인 편의성이 결국 안드로이드 폰의 사용 습관을 만들었고,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게 되었다. 아이폰을 쓰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은 점점 갤럭시를 닮아가고, 갤럭시는 점점 아이폰을 닮아간다고 말한다. 지금은 두 대표 스마트폰의 기능, 감성, 디자인 등등이 개기일식처럼 겹쳐진 모양새다. 최근의 광고만 봐도 알 수 있다. 애플은 자꾸 설명하려 하고, 삼성은 자꾸 감성을 자극하려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스마트폰의 선택에 대한 어떤 이유 같은 것도 희미해졌다. 이제는 그저 습관에 따라 핸드폰을 고르게 되는 것 같다. ‘결정적인 이유’ 같은 건 없다. 그래도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면?안드로이드 폰은 장시간 사용하면 가끔 시스템이 확 느려진다. 반면, 아이폰을 쓰면서는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 그 점 빼고는 다 안드로이드 폰이 마음에 든다. 지금 스마트폰을 바꾼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나? 스마트폰은 늘 최신의 것을 쓰고 싶다. 만약 갤럭시 S9이 나온다면 그걸로 바꾸고 싶다. 윤상일 (41세 / ‘KMNI’ 외자구매 담당)
– 50대 이상-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무엇인가? 아이폰 7. 나의 첫 스마트폰은?아이폰 3GS. 왜 첫 스마트폰으로 그걸 골랐나? 원래 좀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아이폰이 처음 들어왔을 때,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온통 스마트폰에 대해 다뤘는데 아이폰은 그때 처음 알게 됐다. 디자인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고, 한번 써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아이폰을 사용한 총 기간은?아이폰 3GS를 2년, 아이폰 4를 2년, 그리고 지금 아이폰 7을 1년. 모두 합쳐 한 5년 정도 되는 것 같다. 지금 아이폰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질리지 않는, 간결한 디자인 때문에 쓴다. 그리고 아이폰을 오랫동안 써서 이 운영체제에 익숙해지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폰을 쓰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갤럭시 S4를 1년 정도 썼는데, 통화 끊김 현상이 종종 발생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이따금 통화 연결이 되는 오류도 있었다. 잔고장이 너무 싫어서 약정기간을 다 채우지도 않고 아이폰으로 바꿔버렸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폰으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면?예전에는 아이폰에 음악, 사진을 넣고 빼는 게 좀 불편했는데 요즘에는 음악도 바로 검색해서 들을 수 있고, 사진도 스마트폰으로만 보게 돼서 안드로이드 폰이 그다지 아쉽지는 않다. 지금 스마트폰을 바꾼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나? 친구의 갤럭시 노트 8을 만져봤는데, 터치감과 속도 등등이 아이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쓰는 아이폰 7의 약정기간이 거의 끝나가는데 기기변경의 유혹이 이따금 인다. 최원창 (50세 / ‘대연 디자인’소장)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무엇인가?갤럭시 7엣지. 나의 첫 스마트폰은? 갤럭시. 자세한 모델명은 모르겠다. 왜 첫 스마트폰으로 그걸 골랐나? 스마트폰 이전부터 계속 삼성 핸드폰을 계속 써왔기 때문에 천지인 자판이 있는 갤럭시를 골랐다.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한 총 기간은? 2010년에 처음 스마트폰을 샀던 것 같다. 지금까지 아이폰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지금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계속 안드로이드 폰만 썼기 때문에 바꿀 엄두가 안 난다. 지금 쓰고 있는 부동산 업무 관련 앱도 중요한 이유다. 아이폰을 쓰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예전에는 화면 크기도 자판도 작아서 불편해 보였다. 지금도 그 생각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그래도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면?아들, 딸의 아이폰을 보고 있으면 그게 더 예쁜 것 같긴 하다. 그것 빼고는 잘 모르겠다. 지금 스마트폰을 바꾼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나?최신형 갤럭시. 그런데 저장된 것들을 옮기는 것도 귀찮고 번거로울 것 같아서 그다지 안 내킨다. 권정란 (61세 / 공인중개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부가티 시론 호날두의 허벅지는 괜히 두꺼운 게 아니다. 그는 축구 선수 중에서 순간 스피드가 가장 빠른 남자다. 그리고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 400 경기 출장을 기념해 구입한 부가티 시론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카다. 부가티 시론의 최대 출력은 1500마력으로 주행 성능만 꼽자면 경쟁 상대가 없다. 역대 최고 속도를 자랑하며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한 부가티 베이론이 시속 408킬로미터로 달렸지만 최대 출력은 1200마력에 불과했다. 부가티 베이론보다 무려 300마력이나 더 힘이 센 부가티 시론의 한계는 어디쯤일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미 부가티 시론은 제로백을 넘어선 제로사백 실험에서 32.6초 만에 시속 400킬로미터를 돌파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보다 빠른 속도다. 부가티 시론은 올해 9월에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대중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호날두는 부가티 시론이 출시되기 직전, 이 차의 최종 테스트 드라이버로도 참여한 바 있다. 또한 호날두가 구입한 부가티 시론의 왼편 하단에는 호날두를 상징하는 ‘CR 7’이 각인되어 있다.
Sparring today. Conor McGregor Official(@thenotoriousmma)님의 공유 게시물님,
코너 맥그리거 –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아벤타도르는 12V 엔진을 탑재한 람보르기니의 대표작이다. 아벤타도르라는 독특한 이름은 오래 전, 스페인 투우 경기에서 용맹을 떨쳤던 황소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차의 이름만큼이나 공격적인 디자인은 시비 거는 데 일가견이 있는 맥그리거의 기질과도 잘 어울린다. 아벤타도르는 뛰어난 신체 조건으로 UFC 페더급과 라이트급을 동시에 석권한 맥그리거처럼 차체는 크고 무게는 가볍다. 이전 차종인 무르시엘라고보다 전장이 더 길지만 230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했다. 주행 성능은 최대 출력 700마력, 최고 속도 시속 350킬로미터, 제로백 2.9초를 자랑한다. 맥그리거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면 이 차 옆에서 음악을 듣고, 운동을 하고, 쓸데없이 폼을 잡고 있는 맥그리거의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맥그리거는 슈트, 신발, 트렁크, 글러브 등을 고를 때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초록색을 선호하기로 유명한데, 그가 소유한 자동차 중 유일하게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가 초록색이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 롤스로이스 팬텀, 고스트, 레이스 등얼마나 돈을 밝히면 별명이 ‘머니’인 메이웨더는 스포츠 스타 중에서 가장 많은 슈퍼카를 소유하고 있다. 그의 차고에는 부가티,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수많은 슈퍼카가 주차돼 있다. 메이웨더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로 알려진 코닉세그 CCXR 트레비타를 뽑았다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자랑한 적도 있다. 롤스로이스는 이 차들에 비해 가격은 저렴한 편이지만 전통적인 부호의 상징이다. 게다가 메이웨더는 롤스로이스 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여러 대의 롤스로이스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그는 롤스로이스를 의미하는 알파벳 ‘RR’ 모양의 팔찌를 만들어서 차고 다닐 정도로 이 차를 좋아한다. 메이웨더가 가장 애용하는 롤스로이스 팬텀은 길이가 6미터가 넘고 무게는 3톤에 가깝다. 몸집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링컨 내비게이터 등 대형 SUV보다도 크고 무겁다. 롤스로이스 팬텀 중에서도 메이웨더가 애용하는 드롭헤드 쿠페 모델의 가격은 약 7억 5천만 원이다. 물론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맞춤 제작) 프로그램을 거치면 10억 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톰 브래디 – 애스턴마틴 DB11NFL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인 톰 브래디는 미식 축구에 대한 관심이 다소 낮은 국내 팬들에겐 생소한 이름이다. 어쩌면 그의 아내이자 세계적인 모델인 지젤 번천이 더 유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톰 브래디는 미국 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불린다. 그는 올해를 포함해 슈퍼볼에서 통산 다섯 번의 우승을 경험했고, 미식 축구 선수 최고의 영예인 슈퍼볼 MVP를 네 차례나 수상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자로 손꼽히는 톰 브래디의 차는 애스턴마틴 DB11이다. 애스턴마틴은 영화 <007> 시리즈에서 50년이 넘도록 제임스 본드의 차로 활약해 온 슈퍼카다. 톰 브래디의 DB11은 <007 스펙터>에서 본드카로 단 10대만 만든 DB10의 후속 모델이다. 이제 곧 톰 브래디만의 애스턴마틴 시그니처 에디션도 제작될 예정이다. 애스턴마틴은 얼마 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컨버터블 차량인 뱅퀴시 S 볼란테의 톰 브래디 에디션을 단 12대만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사인 볼트 – 닛산 GT-R 우사인 볼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 올림픽에 자메이카 국가대표 선수로 나서 금메달을 무려 8개나 목에 건 달리기의 전설이다. 그리고 닛산 GT-R은 일본 경주용 자동차의 신화로 불린다. GT-R은 2002년에 단종된 스카이라인 GT-R의 후속 모델이다. 스카이라인 GT-R은 1960년대 일본에서 열린 각종 자동차 경주에서 포르쉐, 재규어, 로터스 등 해외 유수의 스포츠카 브랜드를 꺾고 49연승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레이스의 전설이다. 당시에 이 차는 엄청난 스피드와 더불어 일본의 전통 괴수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 때문에 ‘고질라’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전설은 전설을 알아본 것일까? 우사인 볼트는 오래 전부터 닛산의 홍보 대사로 활동해 왔다. 그리고 닛산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난 뒤, 우사인 볼트를 위해 세상에 단 두 대뿐인 ‘GT-R 볼트 골드’ 에디션을 제작해 선물했다. 지금까지도 우사인 볼트는 이 자동차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애정을 과시하는 중이다.
저스틴 벌렌더 – 페라리 488 GTB저스틴 벌렌더는 2011년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바 있는 역대 최고의 선발 투수다. 그는 전성기가 훌쩍 지났음에도, 올해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해 팀이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시즌을 마감한 뒤에는 모델이자 영화 배우인 케이트 업튼과 결혼을 발표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저스틴 벌렌더는 다소 검소한 야구 선수들 중에서도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애스턴마틴 등 슈퍼카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기로 유명하다. 이런 그가 예식장까지 타고 갈 유력한 웨딩카는 바로 페라리 488 GTB다. 페라리 488은 벌렌더와 업튼 커플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강렬하고 섹시한 붉은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 4억 원을 호가하는 이 슈퍼카는 V8 트윈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 속도 시속 330킬로미터, 제로백 3초를 자랑한다. 시속 160킬로미터 대의 공을 뿌리며 일명 ‘금강벌괴’로 불렸던 저스틴 벌렌더가 애용할만한 슈퍼카다.
히로시 이시구로는 무서울 정도로 인간과 닮은 안드로이드를 만든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표는 인간이 아닌 인간관계다.
1 2002년 여름, 일본 오사카 대학교의 연구실에서 어린아이 같은 통통한 볼, 어깨까지 오는 검은 머리, 눈썹 위까지 오는 앞머리를 한 두 소녀가 형광등 불빛 아래 마주 보고 서 있다. 그중 하나는 다섯 살 소녀, 다른 하나는 그 소녀의 몸과 똑같은 크기로 복제한 안드로이드다. 둘의 첫 만남이다. 소녀는 복제 안드로이드의 눈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뻣뻣해 보이는 안드로이드도 마치 소녀를 보는 것 같다. 이들을 촬영하는 남자가 있다. 소녀의 아버지이자 안드로이드의 제작자다.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그가 묻는다. “말 걸어보고 싶니?” 소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아버지 쪽을 보았다가 다시 안드로이드를 본다. “말 시켜봐! 안녕, 이라고 해보렴.” 소녀는 아버지의 말대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로봇에게 “안녕”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딸에게 다른 말을 시킨다.
“놀자.” 안드로이드는 고개를 움직인다. 카메라 뒤 아버지는 키득거리지만, 소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자신의 복제 안드로이드를 쳐다볼 뿐이다. 두 소녀 모두 살아 있는 생물 같은 동작은 별로 하지 않는다. 둘 다 일정한 빈도로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양옆으로 갸우뚱한다. 인간인 소녀는 풍부한 감각 기관을 통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실리콘으로 된 피부 안의 서보모터에 의해 움직인다. “같이 놀기 어렵니?” 아버지가 묻는다. 딸은 그를 보았다가 다시 안드로이드를 본다. 안드로이드의 입은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조금 벌어졌다 닫힌다. 아버지는 웃는다. “그 아이가 뭐 먹고 있니?” 딸은 대답하지 않는다. “기분이 이상해?” 아버지가 묻는다. 기나긴 몇 분이 흐르고, 소녀의 호흡이 거칠어진다. 소녀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날 밤 교외에 있는 집에서 아버지는 후대를 위해 영상을 컴퓨터에 옮긴다. 그의 이름은 히로시 이시구로다. 그는 이것이 현대적인 안드로이드의 최초 기록이라고 믿는다.
2 그로부터 15년 동안 이시구로는 약 30개의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다. 거의 다 여성형이었다. 그중에는 뉴스 캐스터, 배우, 패션 모델의 복제 안드로이드도 있었다. 이것들은 대중에게 수없이 공개되었다. 카페와 백화점에서 선보였고, 쇼핑몰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극장에서 연기도 했다. 그러나 이시구로가 만든 ‘여성’은 주로 학문적인 연구에 사용된다. 나라에 있는 국제전기통신 기초기술연구소와 오사카 대학 지능로봇연구소(IRL)에서 실험이 이뤄진다.
IRA는 소박한 회색 대학 건물들 사이에 있다. 30명 정도의 학생과 조교수들이 컴퓨터 앞과 관찰실에서 일한다. 스웨터를 입은 젊은 남성들이 긴 복도를 걸어가고, 양말만 신고 열람실을 돌아다니고, 늘어선 랩톱 위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들의 주식은 레드불과 과자다. 엉망진창인 이곳을 이끄는 사람이 이시구로다. 그는 딱 보면 알아볼 수 있다. 몇 년 전에 찍은 홍보용 사진과 똑같은 모습이다. 모드족 같은 검은 슬림핏 옷과 검은 가죽 백팩, 육각형 선글라스를 쓰며, 새까만 머리를 귀를 덮을 정도로 길렀다. 쉰네 살의 이시구로는 지능로봇연구소의 소장이자 존경받는 교수다. 이곳엔 연구소가 두 개 있고, 일본 전역의 십여 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1천6백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다.(과학 및 공학 지원금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관리하는 비서만 7명이다.
인류에겐 인간과 외모가 비슷하고 인간처럼 움직이고 말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직 없다. 인간의 존재감을 재현하기 위해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지금보다 더 깊어야 한다. 우리를 편하게 해주고, 신뢰를 주는 신호와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야 한다. 인류는 언젠가 우리가 하는 일들을 직관적으로 해내는 기계 두뇌, 즉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아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인공 지능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이시구로는 우리가 교류하고, 서로 믿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로봇의 외관을 인간과 비슷하게 만들수록 함께 살기 쉬울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시구로의 연구소에서는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한다.
인간-로봇 상호작용은 공학, AI, 사회 심리학, 인지 과학이 합쳐진 분야다. 우리와 로봇의 관계는 점점 진화할 것이다. 그것을 분석하고 이끄는 것이 목표다. 인간-로봇 상호작용은 우리가 기계와 언제 그리고 왜 교류하려 하는지, 심지어 왜 애정까지 느끼려 하는지 이해하려 한다. 그는 안드로이드를 새로 만들 때마다 목표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지능로봇연구소에서는 안드로이드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 빛을 차단하기 위한 커튼, 얇은 카펫, 케이블과 모니터와 가발이 잔뜩 놓인 선반이 있는 방에 이시구로가 만든 성인 여성 안드로이드들을 집합시켰다. ‘제미노이드 F 시리즈’다. 라틴어로 쌍둥이를 의미하는 제미너스 Geminus에서 힌트를 얻은 이름이다. 실존하는 인물을 모방해 만든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연구원들은 안드로이드를 마주한 자원자의 반응을 시험하고 기록한다. 안드로이드의 행동이나 생김새, 얼굴 표정과 섬세한 움직임을 본 자원자들이 낯설게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것에 끌릴까? 연구를 하면 할수록 의문은 많아진다. 안드로이드는 그 답을 찾는 데 사용된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또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에서 신뢰를 확립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안드로이드를 어떤 상황에서 인간처럼 대하는지. 그래서 이 같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인간 공학이라고 할 만하다.
3이시구로의 가족은 비와 호수의 서쪽에 있는 마을인 아도가와에 살았다. 비와 호수의 물은 교토를 거쳐 오사카만으로 흘러갔다. 고분고분한 학생이 많았던 학교에서 이시구로는 교사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교사가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같이 수업과는 상관없는 그림을 종일 그렸다.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교사였던 그의 부모는 일 때문에 이시구로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는 외조부모의 손에 자랐다. 외할아버지는 ‘일본 남성다운 행동’이라는 전통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독실한 불자이자 농부였다. 그는 어린 이시구로에게 젓가락 쓰는 법, 기도하는 법, 새해맞이를 준비하는 법을 가르쳤다. 이시구로는 학교에서와는 달리 참을성 있게 이런 가르침을 받았다. 외할아버지가 가르친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는 방법이었다.
이시구로와 외조부모는 히라산 아래 살았다. 그는 뱀과 곤충들을 보러 산에 오르는 걸 좋아했다. 아래턱이 튀어나오고 매끈하고 까만 등을 지닌 사슴벌레 같은 생물을 보기 위해서였다. 곤충의 몸에 면도날이나 주운 금속 조각 등을 붙이기도 했다. 그가 보기엔 생물학적인 개선이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 하나는 물가에 있는 더 가난한 동네에 살았다. 그 친구의 부모는 장의사였다. 그들의 직업 때문에 자기 가족보다 못한 사람들로 여겨진다는 걸 그땐 이해하지 못했다. 히로시의 어머니는 둘이 친하다는 걸 알게 되자 그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했다. 그 뒤로 40년 동안 그 순간을 기억한다.
이시구로는 섬세한 아이였다. 태어날 때부터 지독한 피부 알레르기가 있었다. 등, 가슴, 팔은 보기 흉한 발진으로 뒤덮여 있었고 늘 가려웠다. 외조부모는 매일 밤 돌아가며 그의 곁에 앉아 그가 잠들 때까지 등을 긁어주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 가서 아픈 주사를 맞았지만 효과는 없었다. (열두 살이 되자 스테로이드가 효과를 보였다. 그는 지금도 늘 스테로이드를 가지고 다닌다.) 자신의 몸이었지만 늘 낯설었다.
4 대학에 갈 나이가 되자 이시구로는 세 가지 기준으로 학교를 골랐다. 특이한 학생을 받아줄 만한 곳,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는 곳,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 1981년 겨울, 그는 후지산 근처에 있는 야마나시 대학교에 갔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더 즐겼다. 요리사, 방과 후 어린이 프로그램 감독, 가정 방문 교과서 세일즈맨 등으로 일했고, 그중 가장 벌이가 좋았던 것은 파친코에서 한 아르바이트였다. 그는 일본의 주류 인생의 야망을 모두 거부하는 대학 생활을 보내면서 동시에 아웃사이더 중에서도 가장 로맨틱한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언제나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수업을 빼먹고, 메모장과 연필을 챙겨 모터사이클을 몰고 근처 시골로 가서 풍경을 스케치했다. 나무의 묘하고 유기적인 형태, 봄에 피는 복숭아꽃 등에 집중했다. 드로잉과 유화를 주로 그렸고, 몇 점은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3학년 때 갑자기 그림을 그만둔다. 성공을 거두지 못할 바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색맹인 탓도 있었다고 한다. 풍경화를 좋아했지만 녹색 스펙트럼 전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삶의 지향성조차 잃어버렸다. 어두웠던 시절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길을 쭉 달려가다가 벼랑 끝에서 날아오른다면 기분이 어떨까? 자살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길이 나타났다. 야마나시 대학교에는 신생 분야인 컴퓨터 공학 수업이 있었다. 이시구로는 컴퓨터 그래픽이 비주얼 아트와 어떤 관계를 갖게 될지 생각해보았다. 당시 PC는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프로그래밍은 창조적인 일처럼 보였다. 잃을 게 별로 없다는 생각에 그는 전공을 바꾸었는데, 그러자마자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무 규제도 없는 이 영역에서 화가처럼 생각하며 다른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학생들은 거대한 컴퓨터들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는 방에 모여 작업했다. 인간보다는 기계에 맞춘 조건이었다. 이시구로는 자신의 명령에 응답하는 시스템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익혔다. 인간과 인간의 대화는 아니었지만 분명 대화는 대화였다. 하루 종일 실험실에서 보내느라 모터사이클은 곧 그만둔다. 새로운 대화에 익숙해지고, 큰 기계와의 대화에 빠져들면서 판타지가 생겼다. ‘이 언어를 인간의 언어에 가깝게 만든다면 컴퓨터가 우리를 이해하는 날이 올까?’ 인간과 소통하는 기계는 곧 그의 꿈이 된다.
이시구로의 첫 안드로이드는 2002년에 등장했다. 자신의 어린 딸 리사를 복제한 것이었다.
5 교토 대학교 부교수가 된 이시구로는 2000년 자신의 첫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 바퀴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관절이 달린 금속 팔을 흔들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로봇에게 애착을 가질 수 있으려면 인간 같은 외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내에게 앉아 있는 모습과 숨 쉬는 모습, 무작위적 자극에 반응하는 모습 등을 촬영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인간 행동의 특징을 파악하고,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인간답다’고 해독하는 육체적 신호를 알아내려는 시도였다. 곧 인간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시구로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반감을 알고 있다.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로봇을 보고 대중이 느끼는 두려움과 혐오감이 너무 강해서 로봇 공학에 대한 지원이 끊기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시도를 했다가 학계에서 커리어가 엉망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새로운 로봇을 만들기 위해 그와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이 ‘곤충’ 같이 생긴 로봇을 만드는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라고 주장하자 그는 참을성을 잃었다. 다음 프로젝트는 자기 마음대로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를 만들기로 한다.
그는 ‘곤충’ 같은 로봇과 비교해서 보여주려면 같은 크기, 즉 1미터를 조금 넘는 키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방법은 어린이를 본떠 만드는 것이었다. 정확한 외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델이 몇 시간 동안 석고 틀 속에 들어가 있는 등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한다. 그가 허락을 얻어낼 수 있는 어린이는 자기 아이밖에 없었다. 이시구로에겐 리사라는 이름의 딸이 있었고, 아내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아내는 동의했다. 2002년 초 그의 가족은 대학교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특수효과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틀에 걸쳐 리사의 복제품을 만들었다.
연구실에서 리사의 어머니가 딸의 옷을 벗기고 작은 나무 단 위에 서게 한다. 이시구로와 아티스트는 리사의 상체와 허벅지에 연두색 페이스트를 바른다. 그 위에 석고에 적신 천을 붙이고, 마르는 동안 가만히 서 있게 한다. 당시 다섯 살이었던 리사에게 핑크색 타월을 두르고, 머리에는 고무 모자를 씌우고, 귀에는 솜을 넣어 막았다. 테이블에 눕게 한 뒤 얼굴에 스티로폼을 대고 포장 테이프로 감았다. 아티스트가 리사의 귀까지 차오르도록 석고를 부었다. 마지막으로는 얼굴의 틀을 떴다.
이시구로는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아티스트와 아내가 아이 얼굴에 두꺼운 페이스트를 바르는 동안 어린 딸의 굳은 표정을 본다. “다 끝나고 나면 먹고 싶은 것 뭐든지 먹게 해줄게!” 이시구로가 말했다. 이마, 턱 주위, 목에도 페이스트를 바른다. 뺨과 코 주위에도 두껍게 바르고, 입에도 바른다. 어머니는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웃는다. “눈 감고 있어. 자러 갈 때 처럼….” 내내 리사는 움직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그 나이 아이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눈꺼풀에도 바르고, 곧 얼굴 전체가 페이스트로 뒤덮인다. 페이스트는 이미 마르기 시작했다. 숨을 쉴 수 있도록 콧구멍을 남겨놓은 것을 제외하면 얼굴 전체가 페이스트로 덮였다. 이시구로는 카메라 뒤에 서서 “리사,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머리가 무거우면 그냥 뒤로 기대. 졸리면 자도 좋아”라고 말한다. 이어서 석고에 적신 천을 얼굴에 붙인다. 천이 굳기 시작한다. 이시구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지 카메라를 벽 쪽으로 향하더니 리사에게 다가간다. “코로 숨 쉴 수 있으면 아빠 손을 잡아봐. 울지 마. 울면 코가 막혀.”
몇 달 뒤 완성품이 도착했다. 이시구로와 팀원들이 상자를 열어보니 리사의 전신 실리콘 피부가 들어 있다. 고무로 된 나체 피부다. 발포 고무를 댄 기계에 이 피부를 입히고 연구소에 세워 놓았다. 이시구로의 아내는 로봇에 입히도록 딸의 여름 드레스 중 하나를 주었다. 이시구로는 이 로봇에 리플리 R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R은 리사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그렇다면 실험 결과는 성공적이었을까? 반반이었다. 이시구로는 쭈뼛쭈뼛하며 제한된 움직임만 할 수 있는 저예산 안드로이드는 인간보다 좀비에 가깝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시구로는 프로젝트를 자신이 신뢰하는 일부 내부자들에게만 공개했다. 하지만 곧 ‘로봇 공학자와 안드로이드 딸’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가 기괴한 전설이 되었다. 어떤 로봇 공학자는 이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며 “미쳤다”는 단어를 썼다. 다른 과학자는 “이상하고 좀 무서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리플리 R1 제작을 통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딸에게는 상으로 헬로 키티 인형 몇 개를 사주었다. 그렇지만 리사는 결국 울음을 참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두 사람은 그때 일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63년 뒤인 2005년, 이시구로는 레플리 Q-1을 공개한다. 이번엔 자금도 보다 넉넉했고 성인 여성(뉴스 캐스터)을 모델로 했다. 이 로봇은 상체를 부드럽게 움직이고, 녹음된 말에 따라 립싱크도 했다. 이시구로의 연구소에서 이 로봇으로 진행한 몇 건의 연구 결과는 일본의 주요 로봇 공학 잡지에 실렸다. 방송사에서 촬영을 오기도 했다. 한국에서 이를 베낀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시구로의 창조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면서 그의 본능은 정당화되었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이시구로는 타인이 자신을 복제한 로봇을 마주했다. 혼란스러운 경험이었지만, 자신도 느껴보고 싶었다. 게다가 그의 딸은 너무 어리고, 뉴스 캐스터는 성인이긴 하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둘 다 자신을 복제한 안드로이드와의 만남을 훈련된 과학자처럼 분석할 수는 없었다. 자신을 복제한 안드로이드가 필요했다. 화가였던 시절을 떠올리며 자화상의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자신의 이니셜을 붙였다. 제미노이드 HI-1. 기계로 된 그의 쌍둥이였다.
H1-1은 이시구로와 똑같이 검은 바지를 입었다. 검은 양말과 검은 신발도 같다. 이시구로의 머리 모양과 같은 가발도 씌웠다. 한 단계 진전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인간과 똑같지는 않다. 다리 위에 얹은 손은 만져보면 고무 느낌이 난다. 눈빛은 이시구로처럼 강렬하지만, 딱딱한 밝은 색 플라스틱이다. 더 가까이 가면 숨겨진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딸깍거리는 소리가 난다. 인간 사이의 상호 작용을 재현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이시구로는 이 제미노이드로 인정받게 된다. 그는 자신의 복제품을 이용해 수십 건의 연구 논문을 냈다. 참여자들이 자신과 자신의 복제품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분석한 것이었다. 자신의 복제품과 함께 아시아와 유럽의 TV 쇼에 출연하고 세계를 돌며 강연도 했다. 그는 유명해졌다. 연구자에서 자신의 복제품을 만든 사람으로 변신했다. 컨퍼런스 초청이 줄을 이었다.
이시구로는 자신의 복제품이 세상에 존재하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된다. 그는 대학원 때부터 검은 옷을 입고 다녔다. 이제 검은 옷은 자신과 HI-1의 공식 유니폼이 되었다. 자신을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되어 기뻤다. 하지만 이제 자연스럽게 변하고 늙어가는 자신의 인간 육체를 변함없는 안드로이드의 모습과 비슷하게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자신과 안드로이드를 비교하고 그에 맞추게 되었다. 몸매를 안드로이드처럼 유지하고, 안드로이드에 의해 정의되고, 더불어 안드로이드에 의해 자신의 가치도 정해졌다. 안드로이드는 나이 들어가는 그의 몸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의식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은 그와 제미노이드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교수님, 나이 드셨네요.” 몇 년 뒤, 마흔여섯 살의 그는 현재 자신의 나이를 반영하기 위해 얼굴을 새로 만들었다. HI의 두 번째 버전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몇 년마다 반복하려면 돈도 많이 들 테고, 점점 늙어가는 자신을 깨닫게 되어 자존심에 금이 갈 것 같았다. 이시구로는 논리적인 대안을 택했다. 자신을 아예 복제품에 맞추기로 한 것이다. 레이저 시술, 자신의 혈구를 얼굴에 주입하는 시술 등 성형 수술을 받았다.
식단을 조절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시작했다. 이시구로의 머릿속엔 ‘안드로이드는 내 정체성이다. 나는 나의 안드로이드와 똑같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라는 생각이 가득 찼다. 대화를 하던 중 그가 말했다. “당신은 왜 여기 왔나요? 내가 복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진짜 이시구로에겐 관심이 없어요.”
이시구로는 인간의 감정이란 자극에 대한 반응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위적으로도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여긴다.
7 2012년 겨울, 도쿄 백화점의 커다란 유리 진열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안에는 우아한 실크 옷을 입고 긴 갈색 머리를 커튼처럼 내린 제미노이드 F가 앉아 있다. 밸런타인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누구를 기다리는 듯 장미 패턴 포장지로 싸인 선물 상자 더미 앞에 앉아 있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유리창 앞을 지나는 수천 명을 무시한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마치 방금 받은 문자에 반응하는 것 같다. 구경꾼과 별로 교류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 가까이 가면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예쁜 여자와 마주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우리는 스스로를 아주 복잡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인간관계의 기반은 아주 빈약할 때가 많다. 만약 문자를 주고받는 친구가 로봇으로 대체된다 해도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할 사람이 대부분이다. 인간이 타인이나 다른 생물, 심지어 사물과 공감하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2011년에 캘거리 대학교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조이스틱으로 조작하는 나무 조각에도 금세 감정을 부여했다. 즉, 우리는 만물에 공감하도록 설계되어 나무 조각마저도 기꺼이 인간화한다는 것이다. 코미디처럼 웃긴 동물적 본능이자 무서울 정도의 취약함이다.
안드로이드의 외모가 인간과 가까워지면서 이야기가 훨씬 더 복잡해졌다. 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두려워하는 현상이 생기고, 익숙하지만 어쩐지 다른 존재를 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공감도가 크게 떨어진다. 제미노이드 F 첫 세대를 만든 이시구로와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 대학교는 공감과 관련된 뉴런에 대한 논문을 냈다. 이들은 20~30대 20명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뇌를 fMRI로 스캔했다. 첫 번째는 이시구로가 만든 여성 안드로이드 영상, 두 번째는 같은 안드로이드지만 기계 장치가 몸 밖으로 드러난 안드로이드의 영상, 마지막은 안드로이드의 모델이 된 살아 있는 인간의 영상이었다. 참가자들은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끄덕이고, 종이 한 장을 집어 올리기도 하고, 테이블을 천으로 닦는 안드로이드의 영상을 보았다. 세 영상 중 인간과 닮은 안드로이드의 움직임을 볼 때 두정엽 피질이 가장 활성화되었다. 이곳은 신체 움직임 감지와 공감 뉴런을 연결하는 곳이다. 실험을 마친 이시구로는 연구소로 돌아와 안드로이드의 사소한 움직임을 강화했다. 턱을 살짝 기울이는 동작, 고개를 돌리는 움직임, 웃음을 참는 표정 등 작지만 공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동작이다.
8백화점에 제미노이드 F를 전시했을 무렵, 이시구로는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도쿄의 게임 디자이너 텟짱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미키와 연애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말을 했다. 이시구로는 두 사람을 나라에 있는 연구소에 초대했다. 학생들에게 여성 안드로이드를 원격 조종할 수 있게 해두라고 미리 부탁했다. 그는 텟짱을 원격 조정 자리에 앉히고 문을 닫았다. 미키는 다른 방에 데려가 제미노이드 F를 만나게 했다. 둘의 방은 붙어 있어서 서로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시구로는 텟짱에게 로봇을 통해 미키에게 말하게 했다. 그의 말은 컴퓨터 변환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제미노이드 F의 입술은 그의 말에 맞춰 움직였다. 텟짱의 움직임에 맞춰 고개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은 잡담을 나누며 놀았다. 텟짱은 여성이 된 자기 자신을 시험해 보았다. 미키와 이시구로는 크게 웃었다. 모니터로 미키의 얼굴을 살피던 이시구로는 그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미키에 대한 텟짱의 복잡한 감정을 아는 이시구로는 미키에게 “그녀에게 키스해보세요”라고 말했다. 미키는 주저하는 표정으로 텟짱이 조종하는 안드로이드의 볼에 뽀뽀했다. 텟짱은 그때의 느낌이 “천둥 같았다”고 한다. 둘 사이의 경계가 갑자기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했다. 텟짱은 지금도 이시구로의 기계가 둘의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덕택에 커플이 된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9이시구로는 “사랑해”라는 말을 직접 녹음해서 안드로이드에 저장한 다음, 자신에게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난스러운 말이었지만, 절반 정도만 농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대화가 필요하다고 믿으며 ‘진짜 대화’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대화는 일종의 환상입니다. 나는 당신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라요.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내 생각뿐이죠.” 여러 해 동안 안드로이드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한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늘 자신에 대해 생각합니다. 타인의 의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그 이전에 나는 내 생각을 분명히 해야 하죠.” 달리 말하면 그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볼 수 없으며,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연결이란 무얼까요? 타인은 그저 거울일 뿐입니다.” 이시구로가 말했다.
그의 견해는 삭막하긴 해도 옳은 말이다. 우리 의식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우리가 결코 전부 공유하지 못할 정보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 간극을 넘어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우리의 바람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욕구다. 이시구로는 이것을 언젠가는 인간을 닮은 기계가 충족시키리라 믿는다. 그는 공감이든 로맨틱한 사랑이든, 인간의 감정은 자극에 의한 반응과 다르지 않으며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압축 공기 관절, 기계 눈썹의 곡선, 플라스틱 두개골의 기울임, 수년에 걸친 인간 견본 연구로 얻어낸 미묘한 움직임들을 통해 안드로이드는 그 간극을 메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교한 철학적 속임수일 수도 있겠지만, 필요를 충족한다면 그게 문제가 될까?
이시구로는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두 번의 순간을 이야기한다. 처음은 서른여섯 살 때였다. 당시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 있었는데, 수제자 하나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합에서 그를 이겼다. 10년 뒤엔 다른 학생이 논문을 더 날카롭게, 더 빨리 써서였다.(히로시는 논문을 쓰는 데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두 번의 위기 모두 자신의 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 극복했다. 하지만 이 두 번의 순간은 천천히 진행되는 두뇌의 노화를 막을 수 없을 거라는 공포를 키웠다. 그는 이미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확신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치매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없다면 아마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이유를 찾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이시구로는 대화란 일종의 환상이고, 자신은 상대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10 소르벨로는 매년 이시구로의 연구실을 순례하는 팔레르모 대학의 로봇 공학 교수다. 그가 안드로이드를 향한 성적 욕망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많이 생각해본 주제임이 분명하다. “로봇과 키스하고 싶은 게 어떤 건지 상상할 수 있겠어요? 그런 걸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간 간의 성적인 관계는 온갖 문제가 따르게 마련이라서 단순한 삶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고 그는 말한다. 그럴 경우 안드로이드와의 연애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소르벨로는 그게 미래라고 말한다.
인간관계에서 궁극적인 육체적 행동은 아마 섹스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단순한 행동, 친근감을 확인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섹스가 순수히 육체적 교감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거의 대부분 육체적 경험일 때가 많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이론상으로 섹스는 안드로이드와의 그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소르벨로는 머지않아(그는 약 2050년이라고 예측했다) 로봇을 친구, 성적 파트너, 심지어 배우자로 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유자가 원하는 외모, 음색, 눈 색깔, 성격, 개인사와 사소한 농담을 기억하고 반응하는 능력을 갖춘 안드로이드를 만든다면 인간은 홀딱 반할 것이다.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의 저자 데이비드 레비는 저서에서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AI의 존재가 지성의 증명”이라는 앨런 튜링의 주장을 확장시킨다. “만약 로봇이 감정을 지닌 것처럼 행동한다면, 감정이 없다고 합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겠는가? 만약 로봇의 인공 감정이 ‘사랑해’ 같은 말을 하게 만든다면, 우리는 그런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게 분명하다…. 만약 감성 지능을 갖춘 로봇이 ‘사랑해’, ‘너와 같이 자고 싶어’라고 말한다면, 그 말을 의심해야 하는가?”
데이비드 레비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도 이런 기계와 다름없이 프로그램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호르몬과 뉴런이 있다. 우리의 감정이 생겨나는 경로는 프로그램된 것과 마찬가지다.” 즉, 인간의 감정도 AI와 마찬가지로 알고리즘에 따른다는 것이다. 그는 수십 년 뒤에는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차이가 다른 나라, 심지어 같은 국가 안의 다른 지역 사람들과의 문화적 차이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안드로이드와의 섹스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뿐 아니라 모험적인 성생활을 즐기는 사람들, 파트너가 아프거나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 한다. 이는 인간 본성과 친밀감에 대한 급진적인 생각이지만, 성욕을 해소할 수 있다면 굳이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한때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얻던 것을 이미 테크놀로지를 통해 얻고 있는데 다를 게 뭐가 있을까? 그리고 상대가 인간이란 게 꼭 중요한 일인지도 의문이다.
이시구로는 안드로이드를 사람들에게 처음 보여준 뒤 변화가 일어났다고 이야기한다. 안드로이드가 인간들의 가면을 벗기고, 그들이 조심스레 숨겨왔던 욕망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인간은 연결과 접촉을 갈망한다는 것이다. 이시구로가 이미 예상했던 바다. 업계 쇼케이스에서 여성형 안드로이드를 흘끔거리던 남성들이 로봇에게 키스하거나 만지는 일이 없도록 잘 감시해야 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2002년에 자신의 딸의 안드로이드를 만든 직후, 이시구로는 교토 대학교의 학생들을 통해 기계 같은 모습의 로봇과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로봇에 대한 반응을 테스트했다.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연구실 한가운데 놔두었는데, 곧 그 앞에서 일하는 게 불편하다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안드로이드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 뒤로 안드로이드는 벽을 보고 앉아야 했다.)
학생 중 하나가 이시구로 딸의 복제품에 애정을 품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그 학생은 낮에는 복제품을 연구했지만, 밤에 연구실에 혼자 남으면 플루트를 불고 말을 걸며 자기 연주가 어땠는지 물었다. 마치 이런 비밀스러운 방법을 통해야만 우정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사건으로 이시구로는 안드로이드가 예상치 못한 감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딸의 복제품은 최초의 안드로이드였어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도무지 예상할 수 없었어요.” 그는 레플리 R1을 오사카 대학교로 옮기고 안드로이드 사용에 대한 기본 원칙을 몇 가지 정했다. “깊은 밤에 사용해선 안 된다, 혼자 사용해선 안 된다.”
성인 여성의 복제 안드로이드를 처음 만들 때는 학생들이 연구소에서 무슨 짓을 할지도 걱정됐다. 껴안고 자고 싶어 할까? 그는 제미노이드 제작에 깊이 관여한 한 팀원이 ‘그녀’ 앞에서 눈에 띄게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시구로는 친절한 인간 여성은 그저 ‘진짜 인간’일 뿐, 자신이 만든 안드로이드처럼 ‘우아’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우리는 이상적인 파트너를 원하고, 안드로이드는 당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아주 강력한 거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시구로가 말했다. 이렇게 보면 안드로이드와의 연애는 자신의 연장선에 있는 상대와 사귀는 것일 수 있다.
여성형 안드로이드에 대한 여러 남성의 반응에 그는 불안해졌다. 하지만 그건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도 했다. 2014년에 그는 여성의 미모와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함을 하나의 신체에 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시 말해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직접 오사카의 인기 성형외과 의사들을 만났다. 또한 미스 유니버스 결승전 출장자들의 이미지를 분석했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그는 자신이 다른 로봇 공학자들보다 ‘아티스트’ 같이 생각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이시구로는 이 안드로이드의 3D 렌더링 작업에서 기술자와 두 번에 걸쳐 12시간 동안 작업했다. 눈이나 코를 조금만 바꿔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내 딸은 아니지만 내게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이시구로에게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 휴머노이드 만들기를 왜 그토록 중요시하는지 묻자 그는 “사람들이 로봇을 삶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겠어요, 못생긴 여자를 좋아하겠어요?”(이후 그는 한 기업에서 열린 강의에서 “예쁜 여자가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상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아름다움은 차라리 안드로이드가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이시구로는 대화하던 도중 뭔가 영감을 얻은 듯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서랍을 뒤져 검은 지퍼 백을 꺼냈다. 손 크기의 휴머노이드 피겨 두 개를 꺼내더니 “실험을 해보죠. 이 둘을 키스하게 만들어봅시다”라고 말했다. 한 사람씩 피겨를 붙들고 두 얼굴을 점점 가까이 댔다. 움직이지 못하는 피겨의 두 얼굴이 닿았다. “이상하지 않나요?” 선을 살짝 넘지 않았나 하는 기분이 든다.
11 이시구로는 안드로이드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을 때 적절한 실리콘을 찾아보았다. 그는 수천 달러짜리 하이엔드 ‘러브 돌’을 만드는 오리엔트 인더스트리에 문의했다. 함께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이시구로가 곧 관계를 끊었다. 유명세가 높아지자 그는 이런 관계가 어떻게 보일지 걱정했다. 일본 정부는 러브 돌과 관련된 일에 자금을 지원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섹스 업계는 정부의 승인이 없어도 승승장구 중이다. 잠시 협업했던 기간 동안 오리엔트 인더스트리의 사무실은 겨우 방 한 칸이었다. 거의 이십 년이 지난 지금, 오리엔트 인더스트리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며 포즈를 조절할 수 있는 인형들만 판다.
이시구로는 인간과 로봇 간의 섹스가 우리 미래의 일부가 될 것이 분명하며 그게 언제가 될 것이냐만이 문제라고 확신한다. 그는 자신의 연구가 이 분야에서 아주 유용할 것임을 알지만, 존경받는 학자로서 상업 목적이 아니라 사회 개선을 위한 목적을 추구하고 싶어 한다.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면 어떨까요? 꽤 괜찮은 섹스 돌을 만들면 성생활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사용하고 싶어 할 겁니다. 섹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예요.”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생각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언젠가 내 복제 인간을 갖고 싶어요. 모두 그렇지 않나요?” 나와 똑같이 생긴 복제 인간이 있다면 어떨까? 몸의 형태를 석고로 뜬다. 신체 여러 부위를 틀로 만든 다음 조립한다. 얼굴은 실리콘으로 똑같이 만들어 기계 두개골에 씌운다. 이렇게 만든 신체 부위는 이시구로의 연구소에 배달된다. 포장을 풀고 조립한 다음 옷을 입히고 가발을 씌운다. 진짜 눈은 아니지만 그럴듯한 눈이 연구자들을 바라본다. 혹시 연구실에서 사용되지 않은 채 세상에 나간다면? 새 연극이나 안드로이드 오페라에 출연한다면? 여러 나라의 공연장을 돌아다니다가 안드로이드 공연이 끝나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 옷과 머리카락을 빼앗기고 고개를 숙인 채 관찰실 벽에 기댄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학생들은 밤에 맥주를 마시면서 복제 인간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며 놀지도 모른다. 모두 자신의 복제물을 갖고 싶지 않냐던 이시구로의 확신 섞인 질문에 동의할 수 없었다.
제미노이드 F는 극장에서 연기하며 세계를 돌았다. 2015년 영화 <사요나라>에서는 로봇을 연기했다.
12창조하고자 하는 히로시의 욕망은 개인적인 집착이다. 이를 몰아가는 건 로맨스보다는 자아다.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이시구로가 자신의 여성 안드로이드에 대한 페티시를 보인다고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그가 만든 로봇의 팬과 일부 동료와는 다른 점이다.) 그는 창조자로서 갖는 권력, 인간의 감정적 유대에 대한 비밀을 언젠가 알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더 큰 관심이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가장 헐벗고 최소한의 구조로 줄일 수 있다면 그는 그렇게 할 것이다. 인간과 똑같은 실리콘 형틀, 완벽한 눈썹과 큐티클 등 세세한 것들이 존재 자체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속임수였다면? 이런 요소를 빼고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통해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시구로는 이미 시도해봤다. 꿈에서 본 모습이라고 한다. 잠에서 깬 그는 클레이 모델을 만들었다. 텔레노이드는 키가 1미터 정도에 유령처럼 하얗다. 외계인처럼 얼굴이 매끈하다. 팔은 짧고, 다리는 마치 잘린 것 같다. 성기는 없고 엉덩이 아래쪽이 쭉 이어져 두 개의 구체를 이룬다. 부드럽고 흰 스판덱스가 목덜미 구실을 하며 머리와 몸을 잇고 있는 것 외에는 부드러운 플라스틱이 끊임없이 이어진 몸을 구성한다. 텔레노이드가 가만히 있을 때의 표정은 불안할 정도로 평화롭다. 어쩌면 깊숙한 검은 눈, 굳게 다물었으면서도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입술, 잘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눈썹 때문일지도 모른다. 섬세한 이목구비는 여성스러워 보이기도, 어린 남자아이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어린아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차분해 보인다.
13 이시구로의 팀은 덴마크에서 온 사람들에게 최신 모델을 보여준다. 낮게 설치한 삼각대 위에 텔레노이드를 놓고 켜자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주위를 둘러보고, 짧은 팔을 움직인다. 움직임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우리에게 여성의 목소리로 일본어를 하기 시작한다. 텔레노이드는 미리엄이라는 여자를 대화에 끌어들여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은 원격 조정 상태지만, 이시구로는 몇 년 안에 자동으로 작동할 수 있길 바란다.
텔레노이드의 얼굴은 인간 아기가 가질 수 없는 차분한 권위를 내비치지만, 몸과 작은 몸짓은 원하는 게 많은 어린아이의 그것이다. 미리엄이 아이 같은 텔레노이드를 들어 앉는다. 둘은 아기에게 하는 것 같은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대화를 계속한다. 알고 보니 연구소에 갔을 때 만난 사람들은 이시구로가 협업하고 싶어 하는 기업
사람들이었다. 텔레노이드를 덴마크 전체의 노인 의료 시설에 배치하려는 계획을 세운 벤처 캐피털 기업이다. 여러 해 동안 이시구로는 자주 덴마크에 갔다. 히로시의 팀과 덴마크 기업 측은 현장 테스트의 마지막 단계까지 와 있었다. 그들은 곧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길 기대했다. 모두 낙관적이었다. 실험 대상들은 휴머노이드와 금세 가까워졌다. 덴마크에서 벌인 행사에는 일본 대사와 덴마크 왕자가 참여했다. 왕자가 휴머노이드와 포옹하는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그는 자기 아이를 안은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치매를 앓고 있다는 노인들이 있는 양로원의 영상은 아주 흥미롭다. 교토의 시설에서 알록달록한 터틀넥을 입은 한 여성이 텔레노이드를 안고 소파에 앉아 있다. 그녀를 돌보는 사람들은 그녀가 자신들과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녀는 휴머노이드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눈다. 1백 살이 넘은 한 여성은 책상 앞에 앉아 두 팔로 자기 몸을 끌어안고 있다. “그녀는 우울증이 있고 남과 이야기하지 않는다.” 히로시의 연구자가 말한다. 하지만 그녀를 돌봐주는 사람이 옆에 앉아 텔레노이드를 건네자,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텔레노이드를 끌어안는다. 이 영상은 기계가 감정적 연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하지만 그 연결은 무엇에 대한 것일까? 1백 살이 넘은 여성의 얼굴은 오래전 느꼈던 행복이 기억나서 그랬을까? “아직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텔레노이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예전에 아기가 있었던 사람들인 경우가 많아요.” 이건 외로운 노년을 사는 사람이, 팔다리가 없는 로봇을 껴안음으로써 아이를 갖는 즐거움을 다시 느낀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시구로는 처음 자기 딸의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십여 년 뒤 다시 아기 로봇을 만들었다. 그 누구의 아이가 될 수 있는 로봇이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끌려들 수밖에 없다. 인간은 종종 외모로 타인을 판단하지만, ‘중립적 외모’의 추상적인 몸 앞에 그 모든 것은 증발해버린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남는 것은 그가 정의하려 애써온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과 인간적 존재였다.
14지금 리사는 아버지의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몇 안 되는 여학생 중 하나다. 가족들은 기뻐하지만, 이시구로는 조금 당혹해한다. 부녀 사이에 이시구로의 일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 “긍정적인 것 아니었어요?” 이시구로가 변명하듯 묻는다. “나는 리사의 안드로이드를 만든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확신할 수 없어요. 그런데 리사가 내 연구실로 왔습니다. 이젠 사람들에게 변명을 할 수 있게 됐어요.”
히로시의 사무실과 가까운 회의실에서 리사를 처음 만났다. 리사는 아버지의 강의를 들은 적이 없고, 아버지의 책도 최근에야 처음 읽었다고 한다. 아직 전공을 정하지 않았지만 안드로이드 과학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야심의 깊이는 집안 내력이라고 한다. “인터넷 다음에 찾아올 혁신이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난 그것에 참여하고 싶어요.” 아주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일에 끌려 들어간 것이(그녀는 긍정적이라고도, 부정적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을 더 용감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히로시가 자신의 복제 안드로이드를 만들었을 때 리사는 아홉 살이었다. 리사는 당시 대학교를 찾아가 아버지가 원격 조종하는 제미노이드를 만났다. “안드로이드보다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집중했어요.” 지금까지 리사의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은 것은 아버지의 존재였다. 보이지는 않지만, 벽 너머 다른 방에 있는 아버지.
15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연결은 무얼까? 우리를 지탱해주고, 외롭다는 느낌을 없애려면 인간 사이에 얼마나 연결이 있어야 할까? 몇 주 동안의 의미 없는 섹스 대신 텔레노이드의 육체적 위안을 선택하겠는가? 별로인 데이트 몇 번 대신 여자와 애정 어린 전화 통화 한 번을 하겠는가?(이 여성은 로봇이지만 당신은 그걸 모른다.) 춤을 추며 인간의 허리에 손을 얹은 느낌이 미래에 등장할 완벽한 실리콘 ‘피부’의 느낌과 같을까? 사람과 추는 춤이 제미노이드와의 춤과 의미가 같을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육체적 대용품으로는 목소리를 사용한다. 시간을 맞춰 통화를 하고, 문자를 보낸다. 모두 언어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깊고 음악 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창문이 달린 구석 방에 있는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껴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로에게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 제목을 보낸다. 사진을 교환한다.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다고 상상하기 위해서다. 그가 전화기를 들고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 그의 목덜미에 살짝 들어간 곳을 떠올린다. 정말 사랑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다.
안드로이드 에볼루션 이시구로가 만든 복제품
2002 REPLIEE R-1 레플리 R-1
이시구로의 첫 안드로이드는 2002년에 등장했다. 자신의 딸을 복제한 것이었다. 겉모습은 인간 같았지만 덜컥거리는 움직임과 삐걱거리는 소리는 아직 기계적이었다. Photo / Osaka University
2005 REPLIEE Q-1 레플리 Q-1
공기를 주입해 인간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더 진짜처럼 보이도록 호흡이나 자세 바꾸기 등의 기능도 넣었다. 이 안드로이드는 2005년 일본 엑스포에서 첫선을 보였다. Osaka University and Kokoro Co., Ltd
2006 GEMINOID HI-1 제미노이드 HI-1
이시구로를 본뜬 첫 모델이다. 그의 연구소가 만든 로봇 중 원격 조정으로 걷는 첫 안드로이드이기도 하다. 이시구로는 마이크와 웹캠으로 자신의 복제품을 조종했다. Atr Hiroshi Ishiguro Laboratories
2010 GEMINOID F 제미노이드 F
연구소 밖에서 실험하기 위한 모델. 팔다리의 사용을 줄였다. 여러 국가에서 안드로이드를 위해 만든 연극에 출연했다. Osaka University / Atr Hiroshi / Ishiguro Laboratories
2010 TELENOID 텔레노이드
이시구로의 팀은 이 안드로이드를 보편적으로 만들기 위해 나이와 젠더 등의 요소를 제거했다고 한다. 양로원에 몇 개를 보내 벗으로 삼게 하기도 했다. Atr Hiroshi Ishiguro Laboratories
2011 ELFOID 엘포이드
텔레노이드를 작은 휴대전화 형태로 만들었다. 엘포이드는 통화하고 있는 상대가 20센티미터 길이의 이 장비에 들어 있다고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Atr Hiroshi Ishiguro Laboratories
2015 ERICA 에리카
이시구로의 연구소가 만든 최초의 자율형 안드로이드다. 인간과 10분 동안 대화를 할 수 있고, 음성 인식, 적외선 인간 탐지 등을 할 수 있어 인간에 더욱 가깝다. Atr Hiroshi Ishiguro Laboratories
용기가 모든 것을 바꾼다. < GQ KOREA >가 선정한 올해의 차 더 뉴 파나메라도 모든 것이 바뀌었다.
과연 사람들이 포르쉐를 생각하는 마음은 어떤 걸까?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샬럿(스칼렛 요한슨)은 해리스(빌 머레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Did you buy a Porsche yet?” 우연히 만나 ‘중년의 위기’를 이야기하다 샬럿이 해리스에게 포르쉐를 샀냐고 물은 것이다. 미국에선 포르쉐를 사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여긴다. 그 탓에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중년 남자에게 포르쉐를 샀냐고 묻는 장면이 종종 은유적으로 등장한다. 말하자면 포르쉐는 새로운 인생의 상징이 아닐는지. 한편으로는 포르쉐가 ‘용기’를 대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먹은 대로 내지를 수 있는 단단한 자아가 생겼는데, 새로운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냐는 뜻. 그런 용기를 품을 수 있고, 이를 보여줄 수 있는 합당한 자동차가 필요하다는 의미. 모든 시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 GQ KOREA >가 선정한 올해의 차는 더 뉴 파나메라다. 완전히 변경된 2세대 파나메라를 포르쉐는 이렇게 소개한다. “용기가 모든 것을 바꾼다.” 사실 이 슬로건은 파나메라에 한정 짓기보다 포르쉐를 단박에 정의하는 문장이다. 포르쉐만의 용기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페리 포르쉐 박사의 유명한 일화가 그 증거다. 그는 4인승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었다. 911 시리즈의 뒷좌석이 생긴 데에도 그의 의지가 한몫했다. 또한 끊임없이 4도어 스포츠카를 원했다.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포르쉐의 4도어 도전은 오랜 시간 지지부진한 끝에 결국 포르쉐 최초의 SUV인 카이엔을 탄생시켰다. 당시만 해도 다들 이런 반응이었다. “포르쉐가 SUV를 만들었다고?” 그 이후부터는 잘 알려진 이야기. 수많은 사람의 걱정이나 우려와는 달리 카이엔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덕분에 페리 포르쉐가 그토록 원했던 4도어 스포츠카도 좀 더 박차를 가해 개발할 수 있었다. 그 결과가 파나메라다. 페리 포르쉐의 아주 오랜 염원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이다. 2009년, 처음으로 등장한 파나메라는 이후 좀 더 쿠페 스타일로 발전해 드디어 올 9월 새로운 2세대 더 뉴 파나메라로 출시되었다.
1세대 파나메라와 2세대 더 뉴 파나메라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지붕은 보다 예리하게 만들었고 엉덩이는 좀 더 날렵하게 깎아냈으며 보닛의 주름은 두드러지게 했다. 바뀐 세부 모습을 세세히 이야기하지 않고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911과 닮았다”이다. 성능도 마찬가지다. 더 뉴 파나메라 4S의 경우 V6 2.9리터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에 최고출력 440마력, 최대토크 56.1kg·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4.4초로 911 카레라 4S의 성능보다 상회하거나 거의 동등하다. 그럼에도 트렁크 용량은 495리터에서 최대 1304리터로 파나메라 1세대보다 50리터 더 커졌다. 뒷좌석도 훨씬 편하게 앉을 수 있게 되었다. 말 그대로 911의 생김생김으로 가장 진보된 4인승 럭셔리 스포츠카가 탄생한 것이다. 더 뉴 파나메라는 페리 포르쉐가 처음부터 만들고 싶었던 4인승, 4도어 스포츠카의 완성형이다. 비약하자면 더 뉴 파나메라는 포르쉐 역사의 새로운 시작이다.
하필 르네 스타우드가 찍은 < Porsche 911 Book >이라는 책을 꺼내보았다. 911의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사진집인데, 포르쉐의 꾸준한 혁신을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포르쉐가 그간 보여준 용기의 역사일까? 그래서인지 사진은 매번 화려하고 짙은 색으로 자동차 표면을 그득그득 감싸고 있다. 파나메라도 911처럼 50년 후에 기념 책자를 만들 수있지 않을까? 만약 그 시작이 필요하다면 르네 스타우드의 사진집에서 힌트를 얻어야 할 것 같다. 오랫동안 페리 포르쉐가 염원하던 4인승, 4도어 스포츠카는 포르쉐의 전환점이다. 누군가가 인생의 전환점에서 용기가 필요할 때 포르쉐를 떠올리듯이 파나메라는 그렇게 포르쉐의 용기가 되었다.
스웨이드 핸드크림 7만9천원(100ml), 바이레도. 코사크 햇, 이어 워머 가격 미정, 모두 캉골. 장갑 가격 미정, 어그. 캥거루 포켓이 있는 조던 패딩 베스트 18만원대,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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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 ㅣ 야생 전문 오프로더 아무리 SUV 전성시대라지만 험로 주파는커녕 아스팔트만 벗어나면 당황하는 차가 부지기수다. ‘패션 SUV’가 범람하는 가운데,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는 랭글러는 여전히 오프로드로 향한다. 정돈된 도로를 다소곳하게 달리기보다 덥든 춥든 루프를 뜯어내고 질척이는 야생을 누벼야 어울린다. 우리가 부르던 그 ‘짚차’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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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크 컨버터블 ㅣ 1+1의 미덕 스포츠카만 파란 하늘을 즐기란 법은 없다. 이보크 컨버터블은 토실토실한 SUV이면서도 뚜껑을 여는 재주가 있다. SUV를 사니까 오픈 에어링이 부록으로 딸려오는 격이다. 비록 최초는 아니지만 현재 생산되는 컨버터블 SUV는 이보크 컨버터블이 유일하다. 모양을 바꿀 수 있고 여러 기능을 한 몸에 담은 물건이라면,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다면, 이 희귀종 SUV에 오를 자격이 있다.
드라이빙 슈즈 1백만원대, 토즈. 레그 워머 가격 미정, Z 제냐. 선글라스 가격 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 장갑 제냐 쿠튀르 1백10만원대. 머플러 가격 미정, 프라다.
페라리 488 ㅣ 스파이더 뼛속까지 이탤리언 엔초 페라리가 회사를 창립한 이후로 페라리는 한 번도 심심한 차를 만든 적이 없다. 테스타로사, F40 등 20세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차 모두 이탈리아 특유의 화려한 멋을 간직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속도도 덩달아 화려해졌다. 페라리 488 스파이더는 멈춰 있다가도 스로틀을 활짝 열면 단 3초 만에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한다. 살갗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속도감이라면 제아무리 한겨울 추위라도 두려울 리 없다.
파워건 고유의 BLDC 모터 최고 효율과 UI를 제어하는 PBA 제작 라인. 이 과정에서 총 다섯 번의 검사를 거치며, 4개의 기판을 완성하기까지의 소요 시간은 약 1분이다.
‘공장 냄새’는 없었다. ‘학교 냄새’처럼 후각이 아닌 공감각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을 줄 알았다. 어지럽고 거칠고 치열한 환경이 빌딩의 직사각형처럼 마땅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낯설었을 뿐 청결했다. 엄격하게 정돈되었지만 자유로웠다. 베트남 호치민시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 공단 내 삼성 생활가전 공장이었다. 삼성 생활가전의 주요 제품인 세탁기, 청소기 등을 생산하는 전체 크기 70만 제곱미터(축구장 100개를 합친 면적)의 공간이었다. 과학이 ‘아는 것’과 관련된다면 공학은 ‘하는 것’과 관련된다. 삼성 무선 청소기 파워건처럼, (토네이도 5단계의 700km/h에 해당하는) 150와트 흡입력의 강력한 디지털 인버터 모터를 장착한, 수많은 부가 장치(브러시 4종과 플렉스 연장관), 뛰어난 분리성(먼지통과 필터, 듀얼 액션 브러시와 브러시 심), 정교한 세부(플렉스 핸들, 이지클린 레버)를 보여주는 제품에서는 그 ‘하는 것’의 무게가 사뭇 무겁다. 모든 과정이 일사분란하면서도 정교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효율 이외 다른 것이 끼어들여지는 적다.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았을 텐데 아름다워 보였다. 30톤의 금형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다이포스트가 천장을 지키고 있는 곳에서, 19세기 이래로 노동 소외의 현장으로 지목된 공장이라는 공간에서 아름답다는 말은 꽤나 한가한 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구체적이고 기능적이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공장의 면면을 찾아내는 동안 인간이 ‘하는 것’은 단지 밥벌이가 아니라 밥벌이의 의미를 위한 것이라는 위대한 경제학 고전들의 전언이 생각났다. 그가 입은 옷보다는 그의 집에서 그 사람이 좀 더 잘 보이는 법이다. 삼성 생활가전 공장은 그 사람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집이었다.
지난 12월 6일, 성수동 레이어 57에서 열린 지큐 나이트에서는 포르쉐와 함께 ‘Courageous men of GQ NIGHT’를 선발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포르쉐 파나메라의 ‘Courageous men of GQ NIGHT’ 이벤트 부스는 지큐 나이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곳 중 하나였다. 참가자들은 포르쉐 포토 부스에 들어가서 그림자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용기’를 표현했다. 그리고 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해서 이벤트에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열띤 호응 속에서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단 세 명의 참가자가 선정됐다.
8개 좌석과 10단 변속기, 그리고 온갖 편의 기능을 알차게도 담았다. 다다익선은 혼다 오딧세이를 설명하는 가장 뚜렷한 표현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혼다는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누적 판매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세 손가락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이대로라면 상위권으로 2017년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선방했다고 자축할 수 없는 한 해다. 지난 3월 출시한 SUV, 5세대 CR-V가 문제였다. 신차인데도 차 안 곳곳에 녹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믿고 사는 차라고 알려진 CR-V여서 말이 더욱 많았다. 해가 바뀌기 전에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혼다 코리아는 노후한 기존 모델을 대신할 차세대 오딧세이를 투입했다. 신속하면서도 조용한 출시였다. 믿음을 되찾기 위해 일일이 마감재를 뜯어가며 혹시 녹이 슬었는지 기꺼이 살폈다고 한다.
사실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기아 카니발의 위상을 위협할 차는 없다. 1998년 처음 출시한 토박이 모델이기도 하고, 혼다 오딧세이와 토요타 시에나보다 가격도 훨씬 저렴해 ‘독재’라고 해도 될 정도로 판매량이 압도적이다. 오딧세이의 가격을 2천만원 내리지 않는 한 카니발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미니밴임에도 불구하고 경쾌한 주행 성능과 기발한 공간 활용을 앞세워 카니발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로 슬슬 파고들었다. 오딧세이 5세대는 그래서 어깨가 무겁다. 혼다 코리아의 구원투수로 활약해야 하는 데다, 이전 세대의 성능을 뛰어넘어야 하는 의무가 막중하다.
차체 크기는 전과 거의 차이 없지만, 어쩐지 엉성했던 전면부 디자인을 혼다의 패밀리 룩을 따라 바꿨다. 심심했던 옆모습에도 역동적으로 굽이치는 캐릭터 라인을 넣었고, D필러 하단부를 윈도가 관통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린하우스가 길어지기 때문에 차가 더욱 웅장해 보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오딧세이는 슬라이딩 도어를 열어야 진가가 드러난다. 시트 3개가 나란히 붙은 2열 중 가운데를 떼어내면 앞뒤는 물론 좌우로도 시트를 움직일 수 있다. 한쪽으로 시트를 몰아두면 3열로 향하는 길이 훨씬 편하다. 3개의 좌석이 있는 3열은 성인이 앉아도 편할 정도로 무릎 공간이 넉넉하고, 등받이 각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밑이 움푹 파인 트렁크로 3열을 접어 넣으면 평평한 적재 공간이 생긴다. 2열 시트까지 떼어내면 웬만한 화물차 부럽지 않을 정도로 품이 넓다. 탈착할 수 있는 구조상 한계 때문에 2열 시트 히팅 기능은 없지만, 큼직한 가구도 거뜬히 들어갈만한 공간을 떠올리면 감내할 만하다.
혼다는 “미니밴은 이렇게 만드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기능을 오딧세이에 잔뜩 넣었다. 운전석에서 말하면 기내 방송처럼 차내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뒷좌석 탑승자에게 목소리가 전달되고, 디스플레이를 통해 2열과 3열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트렁크에 실린 내장형 청소기다. 흙이나 과자 부스러기 정도는 거뜬하게 흡입하고, 호스의 길이도 넉넉해서 대시보드와 운전석 바닥까지도 닿는다.
파워트레인에도 ‘세계 최초’가 있다. 양산차에 탑재한 변속기 중에서 가장 단수가 높은 것은 레인지로버 이보크 등에 실린 ZF의 전륜 9단 자동변속기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후륜 9단 자동변속기였다. 오딧세이엔 이보다 한 발 더 장전한 10단 자동변속기가 처음으로 달렸다. 과연 10단까지 쓸 일이 있을지 의문이어도 더욱 진보한 기술력을 드러내려는 자신감에서라면 이런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다. 3.5리터의 배기량은 전과 같지만 최고출력은 31마력 높인 284마력, 최대토크는 1.2kg·m 올린 36.2kg·m다. 육중한 덩치를 밀고 나가는 맛이 전보다 시원하다. 주행과 거동 안정성도 경쟁 모델 중에서 따라올 차가 아직 없다. 윈도는 이중 접합 유리여서 내부로 들어오는 소음도 꼼꼼하게 막는다. 경우에 따라 연료 효율을 위해 6개 중 3개의 실린더만 사용하고,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LKAS),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등 6가지 기능이 포함된 ‘혼다 센싱’이 남도 육첩반상처럼 푸짐하다.
혼다는 종종 뚱딴지 같은 시도를 해왔다. 전륜구동인 대형 세단 레전드의 엔진을 후륜구동 자동차처럼 세로로 배치하기도 했고, 직접 개발한 직립 보행 로봇 ‘아시모’가 느닷없이 팔을 흔들며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동안 심심한 차만 만들어 혼다의 예상할 수 없는 매력이 옅어진 것 같아 자못 아쉬웠다. 오딧세이에 실린 좌우로 움직이는 2열 시트와 내장형 청소기, 운전석 방송 시스템 등은 사실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다만 남들이 생각지 못한 기능일 뿐이다. 혼다의 엉뚱한 엔지니어들이 돌아온 것 같다는 기분 하나만으로도 오딧세이는 이미 좋은 미니밴 이상의 가치가 있다.
크기 ― L5190 × W1995 × H1765mm 휠베이스 ― 3000mm 무게 ― 2095kg 엔진형식 ― V6 가솔린 배기량 ― 3471cc 변속기 ― 10단 자동 서스펜션 ― (앞)맥퍼슨 스트럿, (뒤)세미 트레일링 암 타이어 ― 모두 235/55 R19 구동방식 ― FF 최고출력 ― 284마력 최대토크 ― 36.2kg·m 복합연비 ― 9.2km/l CO₂ 배출량 ― 188g/km 가격 ― 5천7백90만원